국제

"문 대통령 외교적 고립" 주장한 日 언론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머쓱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입력 2019.07.01. 13:37 수정 2019.07.0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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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오사카=연합뉴스
 
일본 극우 성향의 한 언론은 오사카에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달 23일 “한국 언론은 ‘일본 패싱’을 주장하지만 정작 외교에서 고립된 건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은) 외교적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싶겠지만 자국(한국)내에서도 차가운 시각이 많다”고 지적한 칼럼을 냈다.
 
그로부터 1주일 후인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극적인 남·북·미 3자정상의 회동 이뤄지고, 이러한 역사적인 광경을 전 세계가 지켜 보면서 일본 언론이 전망한 ‘한국 패싱’은 단순한 바람으로 남게 됐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극적인 남·북·미 정상회동이 이뤄지고 이러한 모습을 온 세계가 하나가 돼 지켜봤다. 일본 언론은 ‘한국 패싱’을 주장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오히려 일본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 북·미 비핵화 회담 등과 관련 아베 신조 총리(사진)의 역할론에 일본 정치권에서는 "모기장 밖으로 쫓겨난 아베"라는 비판이 일은 바 있다. 연합뉴스
 
◆日 언론 “문 대통령 외교적 고립”
 
일본 언론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외교 무대에서 ‘일본 패싱’을 우려한 한국 몇몇 언론의 보도를 지적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내 특정 언론을 인용해 “문 대통령은 한국 내에서도 외교적 고립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초조함과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않는 등의 보도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일본 언론의 이 같은 전망은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본 게 원인이다.
 
국내 특정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지를 펼쳤는데, 인용한 내용을 보면 ‘한·미·일 대 중·북·러라는 전통적인 대립 구도에서 한국만 벗어나 있다’, ‘한국 외교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등 다수가 부정적인 내용이다.
 
◆“아베는 바빴다”
 
일본 언론은 ‘일본 패싱’에 대한 반박으로 아베 신조 총리의 행보를 전하면서 “(외교 무대에서) 바빴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국빈 초청해 좋은 미·일관계를 보여줬고, 또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근황을 전하면서 “아베 총리는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상과의 회담으로 바빴다”고 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G20 개최국의 총리”라며 “이런 상황이 한국에게 재미있을 리 없다”고도 했다.
 
나아가 “G20에서 문 대통령의 존재감(을 언급하기) 이전에 한국에서는 ‘무엇을 하러 가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고도 덧붙였다.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
 
일본 언론은 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는 ‘기부금 지급 방식’을 제안했지만 일본 정부의 거부로 한·일관계는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G20 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반전을 희망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여론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막판 역전’으로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경기 파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남북미 정상회동에 무안해진 日 언론
 
일본 언론은 이같이 언급하면서 “지금은 한국은 고립을 심각하게 불안해하고 있지만 일본은 고립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실패를 기쁨이나 성공으로 생각하는 한국다운 현상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엉뚱한 주장을 펼쳤다.
 
지난 30일 남북미 정상은 정전선언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만나 사실상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에 G20행사가 마치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을 위한 사전 행사처럼 격하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앞서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를 자초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는 G20 회담 후 일본 정부가 한창 성과 발표에 바쁠 때 NHK 등 주요 언론이 정규방송을 중단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생중계하는 등 관심이 한반도로 집중된 데 따른 여파다.
 
일본 패싱 우려는 NHK 보도에서도 나온다.
 
NHK는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정보 확인에 쫓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미국 대사관과 국무부에 문의하고 있지만 자세한 사항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요청에 하루 남짓 만에 회담이 전격 성사된 게 그 이유겠지만 결국 고립된 이는 일본과 아베 총리가 아닐지 모르겠다.
 
다만 일본의 모든 어론이 이런 시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매체가 쏟아낸 일본 측 입맛에 맞는 내용만 봤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보고 싶었던 것만 본 일본 기자가 ‘일본의 실패를 기쁨이나 성공으로 생각하는 한국다운 현상’이라고 언급한 주장은 그의 생각을 나타낸 건 아닐지 모르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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