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풀지 않은 中, 연예기획사⋅영화관 외자 지분한도 폐지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2019. 7. 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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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트럼프 무역휴전 합의 다음날 2019년판 외자 네거티브 리스트 발표
예고된 개방조치…작년보다 외자진입 제한 대상 8개 축소...내달 30일 시행
외자 장려 품목 5G 핵심부품⋅반도체 칩 패키징 추가...불확실 사업환경 개선 관건

중국 정부가 오는 30일부터 연예기획사와 영화관을 외자기업이 독자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 한다. 또 5G(세대)통신 핵심부품과 반도체 패키징 장비 등이 외자기업이 중국에서 투자할 때 세수와 토지 매입 등에서 우대를 받는 장려 사업에 추가된다. 외자기업에 특혜가 제공되는 장려사업에 중국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에 적시된 10대 중점산업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상무부는 지난 달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19년판 외상투자 진입 특별 관리조치(네거티브 리스트)’ ‘2019년판 자유무역시험구 외상투자 진입 특별관리조치(네거티브 리스트)’ ‘2019년판 외상투자 장려산업 리스트’등 3개 문건을 내놓고 이달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독일 폭스바겐이 중국 광둥성에서 합작으로 짓고 있는 전기차 공장 /포산(광둥성)=오광진 특파원

발표 시점에서 중국의 의도가 읽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 참석해 발표한 연설에서 새 외자 네거티브 리스트(외국인 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대상)를 곧 발표하겠다고 언급한지 이틀만이고,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지 하루만이다.

중국 발개위와 상무부 등 관계부처는 최근 기자회견등을 통해 6월말까지 이들 문건을 발표하겠다고 천명해왔지만 중국의 대외 개방의지를 과시할 수 있는 때를 발표 시점으로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개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두고, 시 주석이 지난해 처음 개최한 국제 수입박람회와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 밝힌 대로 중국은 상호 윈윈하는 개방전략을 흔들림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한류 공연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이 여전한 상황인데다 한국 기업이 소유·관리하던 베이징 창안제(長安街)의 삼성·현대차 광고판 전부가 지난 달 29일 심야에 사전 통보나 보상 약속도 없이 베이징 당국에 의해 기습 철거당하면서 시 주석의 약속과는 배치된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사업환경이 부각됐다.

베이징의 한 외자계 대기업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문건상 규제를 완화해도 실제 집행하는 지방정부가 예고없이 불투명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관행이 지속되거나 일선 부서에서 인허가를 내줄 때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서는 외자 사업 환경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자 진입할 때 장벽 낮추거나 없애는 사업 늘려

이달 30일부터 외국인투자가 허용되거나 개방이 확대되는 분야는 탄광업, 제조업, 인프라, 교통운송업, 정보서비스업, 공공환경산업과 문화산업등에 걸쳐있다.

중국에서 합자·합작으로 제한했던 '석유, 천연가스(석탄층 가스, 셰일가스 등 제외)의 탐사 및 개발', 외국인 투자 금지항목이었던 '몰리브덴, 주석, 안티몬, 형석 탐사와 채굴' 대한 외국인 투자가 허용된다. 서화용 먹(墨)과 안후이성(安徽省) 쉬안청(宣城)에서 생산되는 서화용 고급종이 선지(宣纸)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가능해진다. '국가가 보호하며 원산지가 중국인 야생 동⋅식물 자원 개발'도 외국인 투자금지 항목에서 빠진다.

인구 50만 이상 도시의 난방 가스 공급 사업이나 국내 선박대행업이나 콜센터 등은 중국측이 지배주주여야 하는 규제가 사라진다. 영화관과 연예기획사도 더 이상 중국측이 지배주주가 아니어도 된다.

공연매니지먼트를 하는 연예기획사의 경우 지난해 자유무역시험구에 한해서 외자 지분제한이 풀렸었다.13개 자유무역시험구에서 먼저 허용된 외자 독자 연예기획사 운영이 이번에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자유무역시험구에서 먼저 개방한 뒤 이를 전역으로 확대하는 정책방향을 보여준다. 석유 천연가스 탐사 개발 역시 지난해 자유무역구에서 먼저 허용된 뒤 이번에 전역으로 확대되는 사례다.

중국은 현재 13개의 자유무역시험구를 6개 추가하기로 하고, 기존 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 면적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개방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중국 전역에서 시행되는 외자 네거티브 리스트는 48개에서 40개로 16.7% 줄었다. 2017년만해도 63개 사업이 투자 제한과 금지 대상이었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시험구에 적용되는 네거티브 리스트도 지난해 45개에서 37개로 17.8% 축소됐다. 발개위는 네거티브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업종에 대한 외자 규제는 연말까지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외자가 투자하면 특혜주는 사업도 추가

중국이 외자기업에 세수와 토지 구매 등에서 혜택을 부여하는 투자 장려 리스트는 이달 30일을 기점으로 1108개로 늘어난다.

외자투자 장려리스트는 중국 전역과 중서부 지역으로 나눠져 있다. 전국에 적용될 리스트는 415개로 가장 최근 개정된 2017년판에 비해 67개 늘었다. 중서부 지역에 투자할 때 혜택을 받는 리스트는 693개로 2017년판에 54개가 추가됐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김윤희 박사는 "외자 투자 장려 리스트를 보면 중국의 산업 업그레이드 전략과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며 "제조업의 고질량 발전을 내세우며, 로봇, 스마트카,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라우딩, 5G 등 4차 산업 분야의 외국인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적으로 추가되거나 수정된 리스트의 80%이상이 제조업이다. 김 박사는 "중국제조 2025에서 명시한 차세대 정보기술 등 10대 중점산업과 스마트제조 등 5대 중점프로젝트가 대부분 장려항목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5G 핵심부품, 반도체 칩 패키징 설비, 클라우드 컴퓨팅 설비가 새로 추가됐다.
공업용 로봇, 신에너지자동차와 스마트자동차(자율주행차량)핵심부품도 투자 장려대상에 올랐다. 회계 세무 냉장물류 전자상거래 AI 청정생산 탄소포집 순환경제 등에서 외자 투자가 이뤄져도 혜택을 받게된다.

지역별로 차이도 있는데 윈난 네이멍구 후난 등 특색 농업 자원을 갖추거나 노동력 우위 지역에서는 농산물 가공이나 방직 의류 가구제조 등이 혜택을 입는 외자 사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산시(陝西)와 안후이 쓰촨 등 전자산업 클러스터가 고속 발전한 지역에선 반도체 통신단말기(스마트폰 등)이 외자 투자 장려대상이다. 허난 후난 등 교통 물류망이 밀집한 지역의 경우 물류 창고시설 자동차주유소 등 사업을 하면 혜택을 받는다.

영유아 식품과 고령인구 건강보조식품, 즉석식품,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수질‧토양 모니터링, 화재‧지진‧응급구조 등 재난 예방 모니터링 분야 외자도 투자 장려 대상이 된다.

김윤희 박사는 "2019년판 외자 투자 장려 리스트와 중서부 리스트에 해당될 경우 세제, 토지 등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우리 기업들이 투자할 때 지역 선정 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려 대상 사업을 하는 외자기업은 △투자총액 가운데 직접 사용하기 위해 수입하는 설비에 대한 수입관세 면제 △우선적으로 토지 제공(토지 분양 최저가는 전국 공업용지 분양 최저가 기준 70%)△서부 지역 장려 대상 사업에 대한 법인세 10%포인트 낮춘 15% 적용 등의 혜택을 받는다.

관건은 불확실⋅불투명 사업환경 개선

지난 6월 29일 밤 중국 베이징 창안제에서 베이징시 산하 공기업이 동원한 철거반 사람들이 현대·기아차 광고판을 철거하고 있다. 철거반은 이날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광고판 120여개를 사전 통보 없이 기습 철거했다. 중국의 불확실한 사업환경을 부각시킨다./조선일보 DB

중국의 개방 확대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외자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차이나 엑소더스’가 확산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의 중국 ‘기술굴기’ 억제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이외 해외자본의 유치가 더 절실해졌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보복으로 취해진 한한령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연예기획사와 영화관 독자 허용의 의미는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대기업 관계자는 "공연 매니지먼트 회사 인허가를 문화부에서 받는데 한류 공연을 불허한 상태여서 당장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사업환경도 중국이 내세우는 외자 개방 조치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이 오사카 G20 정상회의 연설에서 시장 개방확대, 수입확대, 사업환경 개선, 국내외 기업 평등 대우, 경제무역 담판 가속 등 5가지 조치를 약속한지 하루만인 29일 베이징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광고판이 거리 정화를 이유로 예고도 없이 기습 철거된 현실은 중국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킨다.

"실제 외국인투자는 각 지방정부가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 정책 불투명 문제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까지 일정기간이 필요하다"(코트라 베이징무역관)는 우려가 여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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