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 저녁식사' 김경수 댓글조작 항소심 반전되나

이혜리 기자 입력 2019. 7. 2. 15:44 수정 2019. 7. 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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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 재판에서 ‘닭갈비 저녁식사’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 재판부는 2016년 11월9일 김 지사가 드루킹의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판단했지만, 김 지사 변호인단은 이때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저녁 식사를 해 시연을 볼 시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드루킹 일당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김 지사와 저녁식사를 했다고 진술했다가 말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닭갈비 저녁 먹었으면 시연은 언제?

김 지사 측 변호인단은 지난달 27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에서 2016년 11월9일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의 경기 파주시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했을 때 함께 닭갈비 저녁식사를 했다면서 김씨 부부의 텔레그램 대화내용, 닭갈비 가게 영수증 등 증거를 제시했다.

지난 4월25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우철훈 기자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는 김씨와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는 데 핵심이다. 1심 판결문을 보면 그날 오후 8시7분15초~오후 8시23분53초에 드루킹측 휴대폰인 LG 옵티머스 뷰2에서 특정 아이디로 네이버에 로그인해 메인화면으로 이동하고, 이후 최순실씨 관련 기사의 댓글에 공감 버튼을 클릭한 뒤 다른 아이디로 같은 작업을 9번 반복한 로그기록 정보가 있다.

문제는 이 작업을 김 지사가 봤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로그기록은) 그 자체로 당시 누군가에게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 댓글에 대한 공감·비공감 클릭을 자동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실행된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면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인정했다. 특히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김 지사가 시연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는 김씨 진술에 강한 신빙성을 부여했다. 이같은 1심 재판부 판단을 깨야만 김 지사가 무죄로 바뀔 수 있었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 2016년 11월9일 김 지사의 동선을 재구성했다. 일단 김 지사가 드루킹 산채에 도착한 시각을 오후 7시쯤으로 봤다. 김 지사 수행비서의 구글 캘린더를 보면 산채 도착 예정 시각은 오후 6시30분로 나온다. 하지만 경공모 회원들은 김 지사가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고 진술했고, 김 지사 수행비서는 혼자 밥을 먹은 뒤 오후 7시23분 산채 근처의 코다리집에서 7500원을 결제한 카드 기록이 있다. 이를 보면 김 지사는 대략 7시쯤 산채에 도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다리집은 산채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다.

김씨가 부인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중에는 부인이 김씨에게 “다음주 수요일(2016년 11월9일)은 닭갈비 20인분 사서 데워서 저녁 대접하기로 했어요. 조리해서 가져올거예요”라고 보낸 대목이 있다. ‘솔본아르타’ 양모씨가 2016년 11월9일 오후 5시50분쯤 ‘춘천정통닭갈비’ 가게에서 카드로 결제한 영수증도 나왔다. 이 영수증에는 액수가 15만원으로 찍혀있다. 1인분에 1만원씩, 닭갈비 15인분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김 지사는 2016년 11월19일 오후 7시쯤 산채에 도착해 1시간에 걸쳐 드루킹 일당과 닭갈비 저녁식사를 했고, 오후 8시부터 브리핑을 들은 뒤 오후 9시쯤 산채를 나온 게 된다. 즉 1심 재판부가 시연이 이뤄졌다고 본 오후 8시7분15초부터 오후 8시23분53초에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이 아닌 김씨 브리핑을 들었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김 지사는 산채에 들어가고 수행비서만 코다리집에서 식사한 것도 김 지사가 산채에서 드루킹 일당과 함께 식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갑자기 “저녁 안 먹었다” 바뀐 진술들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이 변경된 과정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서유기’ 박모씨는 지난해 7월5일 특검 조사에서 “2016년 가을경 드루킹의 초대로 김경수가 산채에 방문했고,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같은 층 홀로 옮겨서 대기하다가 (드루킹과 김 지사, 경공모 회원들이) 강의실로 이동했다”고 진술했고, ‘둘리’ 우모씨는 지난해 7월12일 “저는 그날 김경수 의원과 식사를 같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드루킹 김씨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7월17일 “김경수 의원이 처음에 산채에 왔을 때 처음 한두 번은 저녁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고기 같은 것을 준비했고, 그 다음부터 김 의원이 저녁을 산채에서 안 먹겠다고 해서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특검은 지난해 7월26일자 닭갈비 영수증에 대한 수사보고에서 김 지사가 저녁식사를 함께 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수사보고를 기점으로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변호인단은 “특검 결론은 드루킹 일당의 초기 진술에 반한다”며 “왜 드루킹 일당의 진술이 바뀌었는지, (변경한 진술 내용이) 과연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드루킹 김동원씨가 지난해 7월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특검은 “김 지사 측 주장은 김 지사의 산채 도착시각이 오후 7시쯤이고 닭갈비를 먹은 시간이 1시간 걸린다는 가정 하에 나온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김 지사와 함께가 아니라 경공모 회원들끼리만 닭갈비 가게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솔본아르타’ 양씨의 닭갈비 가게 영수증을 보면 테이블 숫자 ‘25번’이 기재돼있다는 것도 근거다. 반면 변호인단은 “식당에 직접 가서 확인해보니 25번 자리는 외진 구석이고, 자리 앞에 유아용 놀이기구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잘 안 내주거나 아이가 있는 가족 손님에게 사용했다고 한다. 포장을 하면 25번으로 찍힌다”고 재반박했다.

최근 드루킹 일당의 항소심 재판에서 김 지사 저녁식사 관련한 언급이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성원’ 김모씨는 지난달 19일 드루킹 김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6년 11월9일 김 지사의 방문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며칠 전에 언제 누가 오니까 ‘식사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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