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생 '대소변 가혹행위' 보고했지만..부대는 뭐했나?
[앵커]
이처럼 폭력적인 가혹행위가 오랜시간 지속됐는데도, 해당부대는 피해자의 동료 병사가 보고하고 나서야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섰습니다.
부대 책임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미리 감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어서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병사의 피해 사실이 처음 보고된 건 지난달 12일, 이날 밤 동료 병사가 소대장에게 보고한 겁니다.
첫 보고 이후 헌병에 수사를 의뢰하기까지 나흘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가해 병사는 부대 허락을 받고 하루 외박까지 했습니다.
피해 병사 가족들은 부대 지휘관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가혹행위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피해 병사 친형 : "(군 생활 초기에) 동생이 좀 적응을 못한다 힘들어한다고 그정도는 중대장님이 얘기를 하긴 했어요. 그걸 부대 내에서 몰랐다는 건 아쉬움이 있죠."]
지난달 초엔 피해 병사의 돈 씀씀이가 월급 30여만 원보다 훨씬 많은 사실을 수상히 여겨 부대에서 조사를 벌인 적도 있습니다.
당시 갈취 행위가 의심됐지만, 피해 병사의 진술이 소극적이란 이유로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습니다.
그 사이 가해 병사는 피해 병사 가족에게 전화까지 걸어 거짓말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피해 병사 친형 : "금전 조사를 했는데 동생이 말을 잘 못했다... 말을 잘 못해서 동생에게 피해가 안 가게 형님이 돈을 그냥 빌려받았다고 얘기를 좀 해달라. 간부한테 연락오면..."]
월급 카드도 가해 병사가 대신 관리하겠다며 가져갔다고 합니다.
수사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군 수사 당국은 아직도 구체적인 가혹행위와 피해 사실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해 병사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겁에 질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군 당국은 전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오승목 기자 (o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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