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밥 안 준다 원망 말고..'

손석희 2019. 7. 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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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불편해도 괜찮아요"

학생들은 피켓을 들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당장 내일부터 급식이 끊길지도 모른다는데 배를 곯아도 괜찮다니…

그러나 학생들의 마음은 어른들보다 한참 앞으로 나가 있었습니다.

"밥을 안 준다고 원망하지말고 왜 파업을 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찜질방 같이 끓어오르는 조리실의 환경과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생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미안했던 것이지요.

"우리 학생들이 잠시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 소외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으면 합니다."
- 인천서흥초등학교 가정통신문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낸 인천의 그 초등학교 역시 조금 '불편'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을의 연대…

동병상련의 울림이라고나 할까…

"모든 노동자가 각자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을 수 있기를…차별받는 일 없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 인천서흥초등학교 가정통신문

실제로 그것은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미래일 수도 있으며, 각자의 일터에서 일하는 학부모의 현재일 수도 있으니까요.

Sorry We Missed You.

"죄송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놓쳤네요." 라는 의미죠.

영국의 택배기사들은 택배를 받을 사람이 집에 없을 때 집 앞에 이런 내용의 쪽지를 남긴다고 하는군요.

영화감독 켄 로치는 그들이 남긴 이 문구에 주목했습니다.

그대로 해석하자면 노동자가 고객을 놓친 것이 되지만…

거꾸로 풀이해본다면 누군가의 노동을 편안히 제공받는 사람들이야말로 그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누군가'의 가치를 놓치고 있다는 것…

즉 정작 그들을 놓친 것은 우리 사회라는 의미였습니다.

"불편해도 괜찮아요."

고등학생들이 웃으며 치켜든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그 메시지 안에는,

"Sorry We Missed You. 미안해요 우리가 당신을 놓쳤네요."

누군가에게 적절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못한 냉정한 세상이 건네야 할 사과가 대신 담겨진 것은 아닐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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