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우는 암컷 오리, 어찌 하오리?

2019. 7. 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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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미바튼 호수의 기적
3. 오리의 천국, 미바튼
댕기흰죽지오리가 물 위를 날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리는 암컷 한 마리가 수컷을 바꿔가면서 한 쌍을 이루는 경우가 빈번하다. 말하자면 남편 아닌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수컷은 결코 좋은 남자친구가 아니라 언제든지 다른 수컷에게 자리를 내어줄 달갑지 않은 애인이다. 수컷은 이런 기회가 오면 암컷을 바꿔버린다. 오리는 암컷보다 수컷이 많은 경우가 흔한 일이며 암컷은 수컷을 매우 까다롭게 고를 수 있다.

댕기흰죽지오리

미바튼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새는 댕기흰죽지오리이다. 그날도 여전히 댕기흰죽지오리의 수가 많았으나 그날은 홍머리오리의 수가 늘어나 있었다. 홍머리오리가 부화하여 생식능력이 있기까지는 2년이 걸린다. 어린 새들은 모습이 특이했고 독특한 행동을 하였다. 홍머리오리의 나이를 알기 위해서는 나는 모습을 봐야만 한다. 활짝 펼쳐진 날개로 새의 나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홍머리오리

미바튼의 절대강자 아비목오리

그 바로 아래에는 움푹 들어간 작은 만이 있는데 아비목오리가 닻을 내린 해안경비대의 배처럼 앉아 있다. 아비목오리는 같은 곳에만 머무르는데 그들에게 다가가는 오리들이 그들을 알아채면 즉각 도망칠 정도로 공격적이다.

호수 안쪽으로 뾰족하게 나온 다른 쪽의 호숫가에는 검둥오리가 잠을 자고 있었다. 이들은 아주 순했고 아비목오리에 대해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듯이 보였다. 한 쌍의 검둥오리가 바짝 붙어 서로 몸을 비빈다. 수컷은 까마귀처럼 검은색이고 암컷은 뺨이 밝은 갈색, 몸통은 짙은 갈색이다.

검둥오리

바로 근처에 또 다른 새까만 검둥오리 수컷이 부리를 날개 밑에 넣고 있다. 짐작건대 전형적인 불륜남일 것이다. 마치 보이스카우트처럼 어느 때고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바다비오리 한 쌍이 그 옆을 헤엄쳐 지나간다. 암수 모두 거친 머리 깃털과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 때문에 힘차고 격식이 없어 보인다. 이 새들은 코믹영화에 나오는 스타 부부처럼 생겼다. 이들은 검은 모래사장 위에 모여 낮잠을 즐긴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바다비오리와 검둥오리 앞으로 갑자기 지나칠 정도로 모범생으로 보이는 어린 청둥오리 수컷이 나타나 먹이를 찾기 위해 물속에 머리를 넣었다 빼기를 반복한다. 이런 광경은 드문 일이지만 레이캬비크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다.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는 수컷 청둥오리

수컷 청둥오리의 녹색 머리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나처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영혼 안에 자부심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나는 지구 위에 있는 오리들의 천국에서 현란한 대표자를 본 것이었다.

카울파스트뢴드 마을 옆에는 미바튼을 향하여 불쑥 솟아오른 커다란 오름이 있다. 그 오름이 동풍을 막아주었다. 사람들은 그 오름을 논홀이라 부른다. 그 오름 꼭대기에서 안전하고 편하게 앉아 호수와 호숫가에 있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귀뿔논병아리

조류학자는 아주 새로운 장소에서 귀뿔논병아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 새를 이런 곳에서 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귀뿔논병아리가 미바튼 호수에 나타난 것은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지난해 이 새의 개체 수가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변화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예전에 검은머리흰죽지오리는 미바튼 지역에 널리 서식하는 흔한 새였다. 이곳의 노인들은 이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 무렵부터 댕기흰죽지오리가 가장 많아졌고 검은머리흰죽지오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큰부리까마귀 한 마리가 무언가 묵직한 것을 입에 물고 날아갔다. 큰부리까마귀는 그 무게를 공중에서 지탱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 같았다. 망원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큰부리까마귀가 입에 물고 있는 것은 다른 새의 내장이었다. 아마도 매가 먹다 남은 것을 물고 가는 것 같았다. 매와 황조롱이, 큰부리까마귀는 미바튼 호수에 사는 오리들에게는 무시무시한 포식자들이다. 이제 우리는 망원경을 설치하고 새의 개체 수를 세어야 한다.

북방흰뺨오리

미바튼의 댄디보이 북방흰뺨오리

새의 개체 수 파악이 끝나자 강에 있는 새들을 정확히 관찰하고 싶어 망원경을 들었다. 북방흰뺨오리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 새들은 아주 고상하고 우아하다. 상류사회의 파티를 즐기는 한 쌍 같아 보이는데, 암컷은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며 수컷은 한껏 옷을 잘 차려입은 댄디보이처럼 보인다.

글 운누르 외쿨스도티르 <미바튼 호수의 기적> 저자, 번역 서경홍

그림 아르니 에인아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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