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2위 조선업체 합병 가속.. "中 거인, 韓 거인과 맞붙을 것"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2019. 7. 3. 12: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SIC⋅CSSC 계열 상장사 일제히 모기업 합병 추진 공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中 구조조정 촉진

중국 1,2위 조선업체 합병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1, 2위 조선업체인 한국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추진이 중국의 대형 조선업체 탄생을 서두르게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선박중공(中国船舶重工⋅CSIC)과 중국선박공업(中国船舶工業⋅CSSC)계열의 상장사 8곳은 지난 1일 저녁 일제히 공시를 통해 모기업의 합병 추진 사실을 공개했다. 이들은 아직 관련 정부 부처의 비준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날은 두 그룹의 설립 20주년 되는 날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중국 선박공업총공사가 1999년 7월 1일 창장(長江)을 경계로 CSSC와 CSIC로 분할된지 20년만에 다시 합치는 방안이 공개된 것이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1982년 5월 당시 제6기계공업부 소속 135개 기업과 교통부 산하 15개 기업을 합쳐 중국선박공업총공사를 세웠다.

CSSC와 CSIC는 중국에서 각각 남선(南船)과 북선(北船)으로 불린다. 남선과 북선은 2014년부터 국유기업 구조조정 일환으로 합병설이 계속 흘러나왔다.

중국 언론과 외신을 통해 남선과 북선의 합병설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이들 그룹의 계열 상장사가 일제히 같은 날 공시를 통해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국제금융은 "남선과 북선 합병 본격 가동은 진도가 예상보다 약간 빠르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남선과 북선으로 불리는 CSSC와 CSIC의 합병 추진이 공식화됐다. CSSC 계열 조선소 /CSSC

이날 두 조선그룹의 합병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언론들은 남선과 북선이 합친 ‘신선(神船)’이 출항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선과 북선을 합친 자산규모는 8000억위안(약 136조원)에 이른다.

2일 중국 증시에서 이들 그룹 계열에 속한 8개 상장사들은 4.65~10.03%의 급등세를 보였다. 지우즈양(久之洋)은 10%, 중국선박 7.88%, 중국중공 7.49% 올랐다.

포춘에 따르면 CSSC와 CSIC는 지난해 7월 발표된 매출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가 각각 393위, 245위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313위였지만 지난해엔 500위권 밖으로 밀렸다.

하지만 남선과 북선이 민간 선박사업에서 중복이 많아 합병 이후 구조조정을 거칠 것으로 관측돼 단순 외형 키우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 대신 기술 보완을 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궈진(國金)증권은 CSSC는 선박 건조에 강하고, CSIC는 28개 연구소를 두고 설계에 집중하고 있어 합병에 성공하면 첨단기술 선박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CSSC계열 후둥중화(沪東中華)는 중국서 처음으로 LNG선을 건조했다. CSSC 계열 와이가오차오(外高橋)조선은 20피트 컨테이너 2만2000개를 동시에 싣고 다닐 수 있는 2만2000TEU급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 건조와 함께 고부가가치인 크루즈선 건조도 진행중이다. CSIC는 중국에서 초대형 원유 운반선( VLCC)을 처음으로 건조했다.

군함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중국의 첫번째 국산 항공모함을 건조한 다롄선박중공은 CSIC 계열 조선소다. CSIC는 핵잠수함 심해 유인잠수함 영역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중국은 조선업계 3위 업체인 중원해운중공(中遠海運重工)도 합병으로 출범시켰다. 중국 양대 해운사 중국원양해운(COSCO)과 중국해운(CSCL)이 2016년 2월 합병한 후 산하 조선업을 통합해 2016년 12월 중원해운중공을 세웠다.

중국의 조선업 구조조정 가속은 시장 악화 영향이 적지 않다. 2003년부터 2008년은 중국 조선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로 꼽힌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불황과 함께 조선업에도 혹독한 겨울이 닥쳤다. 중국에서 일감이 있는 조선소가 2009년초 391개사에서 2018년 4월 112개사로 줄었다. CSIC는 2015년에 32.48억위안(약 5520억원)의 적자를 냈고, CSSC는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난립해있는 업계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 상위 기업의 집중도를 높이는 공급측 개혁을 통해 세계 조선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2017년 1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공업신식화부 재정부 인민인행 은행감독관리위원회 국가국방과기공업국 등 6개 부처가 공동으로 내놓은 ‘선박공업 구조조정 심화 및 전환 업그레이드 가속을 위한 액션플랜(2016~2020년)’에 이같은 청사진이 담겨있다.

액션플랜은 글로벌 조선업이 전면적으로 어려움에 빠졌고, 중국의 조선업도 금융위기(2008년)이후 가장 힘든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앞차(한국 일본 등)를 추월할 수 있는 커브 길이라는 역사적 기회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상위 10대 조선기업의 건조량 점유율을 2015년 53.4%에서 2020년 70%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언론들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면 선박 수주 잔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2%에 이르고, 액화천연가스(LNG)선의 경우 전세계 60%, 초대형 유조선은 70%를 차지하는 거인이 된다"며 "CSSC와 CSIC가 합병해서 생기는 중국의 거인이 한국의 거인과 정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난 1일 제출한데 이어 중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카자흐스탄 등 해외 4개국과 지역에도 심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도 대형 조선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