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보복 예상 품목, 수백개 달할 수도"

안준호 기자 2019. 7. 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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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 메모리 반도체 공정 500여개 공정마다 일본산 장비 필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3일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 메모리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생산 공정 숫자를 거론하며 아베 정부가 한국에 가장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출 규제 대상을 두 산업에서 선택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일본이 소재·부품 수출을 제한할 경우 우리 기업이 곤란해질 산업 분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외에도 많다"고 했다.

日공영방송 NHK, 국회 외통위 취재 - 일본의 ‘한국산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 발표 이후 처음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3일 전체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장에서는 일본 공영방송 NHK의 카메라 모습도 포착됐다. /연합뉴스

◇"수백개 품목 조달 차질 올 수도" 재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미국·독일·영국 등 27개 우방국인 '화이트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1100여개에 달하는 일본산 첨단 소재 및 부품의 수출 규제가 크게 강화돼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본이 추가 보복에 나선다면 자동차·화학 등 다른 핵심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이 화이트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전략 물자 품목이 대략 1100개로 추정되는데 한국이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 외에도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순서로 부품 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1100여개 물품을 한국이 전부 다 수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품목이 수백개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또 "정확한 품목 수는 업계 실태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그동안 한·일 교역 관계와 무역 의존도를 품목별로 분석한 자료는 있지만, 품목 수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대일(對日)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상조 정책실장은 "OLED에 약 70개 공정, 메모리 반도체는 약 500개의 공정이 있다"면서 공정별로 일본의 추가 보복 예상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반도체의 경우 원재료인 웨이퍼는 일본의 신에쓰와 섬코(Sumc o)가 각각 전 세계 점유율 30%와 27%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의 시작 단계부터 일본 기업이 세계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가 담긴 통을 옮기는 기계인 OHT(Overhead Transp ort) 역시 일본의 다이후쿠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 통을 옮기는 기계는 대부분 일본산(産)이라고 보면 된다. 반도체를 먼지와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반도체 봉지재도 일본 기업이 세계 전체 점유율을 80% 차지한다. 또한 한국이 전 세계에서 들여오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중 33.8%가 일본산이다.

OLED 생산에도 일본산 장비는 필수적이다. OLED용 노광 장비는 일본의 니콘·캐논이 시장의 100%를 차지한다. OLED는 스마트폰용 액정 등에 사용된다. 일본 기업 없이는 한국이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V·스마트폰용 OLED 제조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기판에 유기물을 부착하는 증착 장비는 일본의 캐논도키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日 언론 보도 나온 날, 5개 그룹에 연락 김 실장은 이날 "지난달 30일 (일본 경제 보복) 관련 소식을 접하고 안면이 있던 5대 그룹 부회장에게 연락했다"며 "그룹별로 추가 조치 예상 품목과 정부에 요청할 사항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 윤부근·김기남 부회장을 포함해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담당하는 사장 2명을 포함해 삼성전자 간부 4명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우리 기업들의 우려는 정부가 생각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국익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같이 가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는 데 이 같은 만남이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화자찬'성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실장이 '지난달 30일 일본의 경제 보복 관련 소식을 접했다'고 한 것은 아베 정부의 공식 발표(7월 1일) 하루 전에 나온 일본 언론 보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손 놓고 있지 않았다는 취지였지만 "거듭된 일본 정부의 시그널에도 최근까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란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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