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혈을 '딱'..격투기선수 쓰러뜨린 中 점혈대사 시끌

유상철 2019. 7. 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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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무술 '점혈신공'이 위력 발휘했나
아니면 희대의 무술 대결 사기극인가
진위 논쟁 한창에 도전자 쇄도하고 있어
점혈대사 아닌 태권도 사범이란 말도
위아래 파란색 도복을 입은 훠옌산(오른쪽)이 왼쪽 손으로 반바지 차림의 중국식 격투기인 싼다 선수 치웨이화의 가슴을 때리려 하고 있다. 이 한 방에 치웨이화가 쓰러지며 경기는 끝났다. [중국 환구망 캡처]
상대 격투기 선수의 혈(穴)을 공략해 KO 시킨 중국 점혈대사(点穴大師) 소식에 중국이 시끄럽다. 영상까지 공개됐지만, 진짜냐 가짜냐 논란이 증폭되면서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국 푸젠(福建)성의 한 격투기 경기장. 중국 전통무술을 익힐 때 입는 파란 도복 차림의 남성이 반바지를 입은 격투기 선수가 헛발질하는 순간을 이용해 재빨리 왼손으로 격투기 선수의 가슴을 공격한다.
격투기 선수가 가슴을 부여잡고 링 위에 쓰러지면서 경기는 끝. 해설자는 “혈을 짚었다”고 소리친다. 도복 차림의 남성은 부축을 받고 일어난 격투기 선수의 등을 두드리며 마치 혈을 풀어주는 동작도 한다.
'점혈대사' 훠옌산의 일격을 받고 쓰러져 KO로 패한 중국식 격투기 싼다 선수 치웨이화가 세컨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이 영상이 중국 전역에 퍼지면서 진위 논란이 한창이다. “사기극이다”에서 “혈을 짚은 게 아니라 때렸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시끌벅적 논쟁이 한창이다. 중국 환구망(環球网)에 따르면 도복 차림 남성은 훠옌산(霍燕山).
자칭 ‘점혈신공(点穴神功)’을 수년간 힘들게 수련해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반면 상대 선수는 푸젠성 샤먼(厦門)의 중국식 격투기인 싼다(三打) 챔피언 치웨이화(齊偉華).
이번 경기는 푸젠성칭류(淸流)현 문화체육관광국이 주최했고 주관은 칭류무술협회가 맡았는데 경기 내용의 진위를 의심하는 중국 네티즌의 말이 쏟아지고 있다. 첫 번째는 훠옌산이 대회를 주관한 칭류무술협회 회장으로, 경기 전 승부를 미리 조작했다는 것이다.
또 샤먼엔 치웨이화라는 싼다 챔피언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017년 4월 쓰촨(四川)성의 한 체육관에서 중국의 태극권(太極拳) 고수를 20초 만에 KO 시켜 화제가 된 중국 이종격투기 강사 쉬샤오둥(徐曉冬)도 “가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6월 28일 푸젠성에서 있었던 무술 대결에서 심판이 '점혈대사' 훠옌산의 손을 들어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내가 싼다를 20년 했지만, 혈을 눌러 상대를 쓰러뜨리는 이런 가짜 경기는 처음 봤다. 싼다 선수의 가슴은 매우 강인해 웬만한 타격은 다 이겨낸다. 이 싼다 선수는 가짜 경기를 한 게 틀림없다”고 그는 말했다.
반면 옹호의 목소리도 있다. 영춘(咏春) 점혈대사 뤼강(呂剛)이그중 하나다. 그는 “점혈신공은 확실히 있다”며 “훠옌산은 이번에 혈을 짚은 게 아니라(点穴)이 아니라 때렸을 뿐(打穴)”이라고 변호했다.
뤼강은 “훠옌산이 내 사형(師兄)의 제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훠옌산을 잘 안다는 한 네티즌은 훠가 푸젠성 사람이 아니라 북방 말씨를 쓰며 태권도 사범이라고 말했다. 훠는 자신이 중국 태극권 종사 천샤오왕(陳小旺)의 제자라고 주장한다.
2일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 기자가 직접 훠를 찾아 의문점을 물었다. 훠는 “현재 내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중으로 어떤 인터뷰도 받지 않겠다. 이번 일이 이렇게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끌 줄은 몰랐다.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고맙다”고만 답했다.
주최측인 칭류문화체육관광국은 베이징청년보 기자의 질문에 ‘영상이 있지 않느냐’며 “뭐가 가짜냐. 무술 기술과 싼다 선수의 신분은 모두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인터넷에선 점혈대사 훠옌산과 겨뤄보겠다는 도전자 신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훠옌산은 역시 인터넷 영상을 통해 “지난번 경기를 보고 많은 사람이 내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무대를 통해 여러분의 도전을 받겠다”고 말해 또 한 번 ‘점혈대사’가 링에 오르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지난 2017년 4월 27일 쓰촨성에서 열린 이종 격투기 강사 쉬샤오둥과 태극권 고수와의 무술 대결에서 태극권 고수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뭇매를 맞고 20초 만에 바닥에 쓰러진 적이 있다.
당시 쉬샤오둥은 중국 전통무술이 실전에선 쓸모가 없다며 “모든 태극권은 사기”라고 외쳤고 이에 격분한 중국의 한 식품그룹 회장은 1000만 위안의 상금을 내걸며 쉬워 싸울 중국 전통 무술인을 구하기도 했다.
또 2010년엔 자신을 ‘소림사 제일 고수’라고 주장한 한 중국인이 미국에 실전 쿵푸(功夫)를 알리겠다며 라스베이거스 링에 올랐다가 미 해병대 출신 격투기 선수의 왼손 훅을 맞고 KO로 패해 망신을 산 적도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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