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용후핵연료', 핵폐기물인데 왜 '자원'이라고 여기나?"

정대희 입력 2019.07.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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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 부실 지적

[오마이뉴스 정대희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 간담회실에서 ‘당면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정대희
 
현행법상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거나 저장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란 존재가 없기 때문에 관리 계획도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핵연료봉이나 우라늄, 플루토늄 등 방사선 수치가 높은 방사성폐기물을 가리킨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 간담회실에서 열린 '당면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란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 공동집행위원장)는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중 원자력진흥위원회가 폐기를 결정한 것들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폐기를 결정한 적이 없다. 따라서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물질에 대한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이 대표의 발언은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사용후핵연료를 핵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추출한 물질을 '고속증식로'(원자로)의 연료로 쓰자는 원자력계의 주장을 정부가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대표는 지적한다. 애초에 사용후핵연료를 핵 폐기물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계획'은 모순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사용후핵연료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규정한다면, 현행법 상의 미흡한 점도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 부지 마련도 못해
 
 2016년 7월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황교안 당시 총리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을 확정하였다.
ⓒ 국무총리실
이날 이 대표는 '정부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정책 비판과 제언'이란 주제발표에서 지난 2016년 수립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2016년 7월,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는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세운 건,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를 위해서다. 사용후핵연료는 상업용 또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하고 난 후 인출된 핵연료를 가리킨다. 방사능 농도가 높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여기에 해당된다. 

1978년, 우리나라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상업운전을 하면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고리1호기는 2017년 영구 정지됐다.
 
정부는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시설 부지확보를 시도했으나 지금까지 9차례 무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면도(1990년)와 굴업도(1994년), 부안(2004) 등에서 발생한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4년 12월,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과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을 분리해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지난 2005년 주민투표를 거쳐 경주에 건설됐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은 지역주민 등의 반대에 부딪혀 부지를 찾지 못해, 현재 원자력발전소 내 냉각 수조 등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월성원자력발전소(경북 경주)의 건식저장시설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의 포화률은 90.3%이다. 원전 본부별로는 한울원전(경북 울진) 78.3%, 고리원전(부산) 77.3%, 한빛원전(전남 영광) 69.9%, 월성원전 36.9%, 새울원전(울산 울주) 12.9% 등이다.
 
사용후핵연료가 원자력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에 쌓이면서 정부는 이를 처분하고자 지난 2009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했고, 2013년 10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20개월간의 활동을 마치고 지난 2016년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원전 외부에 영구처분 부지를 선정(약 12년 소요)하고 오는 2052년(약 26년 소요)까지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계획, 사회적 합의 필요해   
  
 <figcaption>월성원전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캐니스터)</figcaption>
ⓒ 경주포커스
    
하지만 이헌석 대표는 정부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졸속'으로 수립됐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정부가 세운 기본계획의 기초 자료가 됐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위원회'의 지역별 공론화 결과에 따르면, 5개 핵발전소 소재 지역은 모두 '사용후핵연료 시설' 건설에 반대했다"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기본 계획에 5개 핵발전소 지역에 임시저장고 증설을 전제로 중간저장·최종처분장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부지선정과 연구·개발의 기간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관리기본계획에 잡혀 있는 부지선정과 최종처분장 건설 계획은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라며 "이들 숫자(12년+26년)는 현재 기존 임시저장시설의 수명과 포화 정도 등의 상황만 고려했을 뿐이다. 실제 이같은 기간에 부지를 찾고 연구 개발을 완료할 수있다는 구체적 계획은 마련돼 있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울산과 경주, 포항 등의 경우,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전국적 활성단층 지도가 작성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미국과 스웨덴 등 최종처분장 건설을 추진하던 국가들도 지하수와 처분 용기 안전성 문제로 기존 처분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장 건설 계획은 필요성과 안전성, 현실성, 건설 여부와 절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친 다음에 수립해야 한다"라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를 자원이 아닌 폐기물로 인지해 본질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6년 정부가 수립한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의견을 수용해 100대 국정과제로 꼽았다. 그 결과 지난 5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가 꾸려졌다.
 
재검토위원회는 앞으로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방향과 절차 등 관리 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3일 토론회서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하기 전, 재검토준비단이 꾸려진 이후의 활동 사항과 경과를 보고했다. 그는 "준비단이 갈등 속에서 재론화 쟁점을 도출하고 정책건의서를 마련한 것은 성과이지만 지역의견 수렴과 위원회 구성 등에선 합의를 하지 못했다"라며 "재공론화가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와 지지로 추진됐으나 위원회 구성부터 합의 정신이 크게 훼손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재공론화 공약 정신이 깨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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