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비준 불이행에 EU '제재 절차' 착수
[경향신문] ㆍ정부 간 협의 성과 없자 다음 단계
ㆍFTA ‘전문가 패널’ 첫 소집 요청
ㆍ한국 ‘노동 후진국’ 국제 오명 우려
유럽연합(EU)이 한국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2011년 발효된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U가 FTA를 체결한 70여개국에 노동 조항 미이행을 이유로 패널 소집을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4일 “EU 집행위원회는 오늘 우리 정부에 한·EU FTA의 규정에 따라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노동부는 “한·EU FTA상 노동 조항, 즉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이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EU FTA 제13장(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에 따르면 양측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의무가 있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한 이래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했지만 총 8개의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4개를 비준하지 못했다. EU는 지난해 12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충분치 않다며 정부 간 협의를 요청했고 지난 3월까지 협의를 진행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스위스에서 열린 ILO 총회에서 정부 대표 연설자로 나서 올해 가을 정기국회를 목표로 미비준 핵심협약 4개 중 3개 비준과 관련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EU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유한국당과 사용자단체 등이 ‘시기상조론’과 ‘한국적 특수성’을 내세워 비준을 반대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 패널 소집은 사실상 무역 제재를 위한 절차다. 패널들이 한국의 노동 조항 미이행을 확인해도 한·EU FTA에 관세 불이익 등 직접적인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통관 강화 등 여러 비관세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다. FTA 역사상 최초로 노동 조항을 위반한 ‘노동권 후진국’이란 오명도 쓰게 된다.
EU 요청에 따라 양측은 앞으로 2개월 안에 전문가 패널 3인을 구성하게 된다. 패널들은 90일 동안 양측 정부, 관련 국제기구, 시민사회 자문단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양측 정부에 제출하고, 양측 정부 담당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 간 협의체에서 보고서 권고 이행을 점검한다.
노동부는 “전문가 패널에게 정부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동시에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 개정 등을 위한 국내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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