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매운동 알고는 있는데.." 日 제품 매장서 만난 사람들

류원혜 인턴기자 입력 2019. 7. 5. 06:08 수정 2019. 7. 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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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에서 활발한 '일본산(産) 불매 운동'과 달리 실제 매장에서는 매출 상승하기도.."시민단체 차원 불매운동 필요"
대표적 일본 기업 '무인양품'과 '유니클로'/사진=류원혜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 3일부터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라 한국은 일본에서 첨단 소재 등을 수입할 때 번거로운 허가 신청과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는 약 90일이 소요돼 한국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산(産) 불매 운동', '일본 관광 보이콧' 등에 돌입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일본 기업 '무인양품'과 '유니클로' 등의 매장 상황을 살펴보니 별다른 불매 운동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일본 기업 '무인양품' 매장 손님 "불매운동이요? 알고는 있는데…"
무인양품은 2003년 한국에 진출해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온 일본 기업이다. 이 기업은 과거 후쿠시마산 플라스틱 제품 판매 논란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펼쳐진 적 있다. 무인양품은 일본 양품계획이 지분 60%, 롯데상사가 무인양품의 한국 합작법인인 무지코리아 지분 4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오후 2시30분 '무인양품' 영풍종로점의 현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매장 안은 다소 한산했으며 대다수 손님들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난 4일 오후 2시30분쯤 방문한 '무인양품' 영풍문고점. 매장은 한산한 편이었지만 직원은 "최근 시즌오픈 행사로 매출이 늘었다"고 전했다./사진=류원혜

무인양품에서 옷을 골라 바구니에 담던 대학생 임모씨(21·여)는 "무인양품이 일본기업인 건 아는데, 지금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중인 건 몰랐다"고 했다.

반대로 일본산 불매 운동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무인양품이 일본기업인지 모르는 손님도 있었다. 40대 남성 A씨는 "(무인양품이) 일본기업이에요?"라고 반문하며 "불매운동은 알고 있었다. 어차피 구경만 하러 왔지만 무인양품이 일본기업인지 알았으면 아예 안 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매장 직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뭔지 잘 모른다. 시즌오프 행사 중이라 오히려 어제, 오늘은 매출이 늘었다. (불매운동 관련해서) 손님들도 아무 말 없었다"라며 매출에 타격이 없음을 밝혔다.

◇불매기업 리스트 1순위, 대표적 일본기업 '유니클로'는 어떨까
유니클로는 일본 주식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이 지분 51%를 보유한 대표적 일본계 기업이다. 최근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한국 소비자들은 유니클로를 불매기업 리스트 1순위로 꼽았다. 유니클로는 이전에도 전범기를 넣은 광고와 티셔츠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 4일 '유니클로' 매장 입구에 여름 세일 중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매장 손님들은 "불매운동을 알고 있지만 세일 중이라고 해서 들어왔다"고 말했다./사진=류원혜

인근 유니클로 매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장 입구에는 세일 중이라는 표시가 눈길을 사로잡았고 손님들도 계속해서 들어가고 있었다. 매장 안에서는 여기저기서 "아, 사이즈 없다", "하나 더 살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니클로에서 쇼핑하던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불매운동을 알고는 있었는데 지나가다 보니 세일 중이라고 해서 들어왔다"며 "유니클로가 옷이 저렴하고 무난해서 왔다. 당분간은 오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일본 제품을 불매하고 있다는 20대 여성 B씨는 "유니클로에서 전부터 사려고 했던 바지만 사려고 왔는데 사이즈가 없어서 나가려고 한다"며 "되도록 일본 제품은 안 쓰려고 한다. 동생이 곧 일본여행을 가는데 아무것도 사오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매장 직원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몰랐다"면서 "매출에는 변동이 없다. 할인 중이라 재고확보에 신경쓰고 있다. 지금 좀 바쁘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유니클로'를 방문한 김모씨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알고 있지만 세일 중이라고 해서 들어왔다"며 "옷이 저렴하고 무난해서 왔다"고 말했다./사진=류원혜


◇소비자, 제품 국적보다 '가성비' 우선?…日제품 불매 운동, 영향 제한적일까
불매기업 리스트 1위인 유니클로 매장에서도 불매 운동 움직임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도 불매 운동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국적보다는 '가성비'나 '품질' 등을 더 우선시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일본 기업 관계자는 "아직 불매운동이 체감되진 않는다. 딱히 확인하거나 알려드릴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정치적 문제에 국한된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일본이 먼저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한 만큼 경제적 수단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위한 소비자 '7가지 행동강령'을 퍼뜨리며 "대체재는 뭐가 좋냐"고 묻는 등 정보 공유까지 활발하게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 여행 안 가기 △일본 제품 안 먹기(아사히, 기린 맥주 등) △일본 제품 안 입기(유니클로, 데상트, 니코앤드 등) △일본 제품 안 타기(토요타 등) △일본 제품 안 사기(ABC mart-신발, 아식스, DHC, AnnaSui, 시세이도,S K2, 맨소래담, 가스비, CJ라이온소니, 닌텐도, 샤프, 반다이(장남감), 플레이스테이션, 하이테크, 젤리롤, 헬로키티, 마일드세븐, 미니스톱, 바디피트, 세븐일레븐, 로손 등) △일본 제품 안 보기(시계-카시오, 지샥, 세이코, 알바, 잇세이미야케, 카메라- 캐논, 니콘, 후지, 소니, 파나소닉, 펜탁스 등) △일본 것 안 듣기 등이다.


시민단체 차원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확산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는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일본산 불매 대응 조치엔,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가 나서는 게 좋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한국 정부가 나서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불매 운동을 하면 일본 정부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그 예로 '자동차 산업'을 들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 전체적으로 파워를 가지고 있다"며 "시민단체에서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도 이 같은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 판매 실적에 이렇다 할 변화는 없지만 타격을 입을까 긴장하며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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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인턴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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