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ㆍ자영업자들, 판매 중단 기자회견
ㆍ온라인서 여행 취소 글도 이어져
ㆍ전문가들 “불매운동 효과 한계
ㆍ정부가 정치·외교해법 찾아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사회 전반에서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해 경제 제재를 내리자 여러 시민들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이라며 “일본 제품 불매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일부 마트 점주들은 일본산 제품 판매를 중지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인자영업단체들은 과거사에 대한 일고의 반성 없이 무역보복을 획책하는 일본을 규탄한다”며 “전 업종에 걸쳐 일본 제품 판매중지 운동에 돌입하려고 한다”고 했다.
일부 소매점은 일본산 담배와 맥주를 전량 반품처리하고 판매도 중지했다. 한국마트협회는 “회원사 200여곳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고 밝혔다. 경기 파주시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점주 오병환씨(52)는 “아사히 맥주, 마일드세븐 담배를 매장에서 뺐다. 자존심 때문에 손실을 감수하고 판매를 중단했다”고 했다.
불매 움직임은 온라인에서 시작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불매 기업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렉서스·혼다 등 자동차 브랜드부터 소니·캐논 등 전자제품 브랜드, 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 등 의류·신발 브랜드 등이 언급됐다.
일본 여행 커뮤니티 네이버 ‘네일동’ 카페에선 여행 취소 인증샷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오키나와 여행을 항공수수료까지 물고 취소했다” “일본 여행을 가면 ‘호구’가 될 것 같아 태국이나 유럽 여행을 고민 중이다” 같은 글을 올렸다. 한국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5일 만에 2만4000명이 서명했다.
현장까지 미친 여파는 크지 않은 편이다. 일본 생활잡화 브랜드인 무인양품 영풍종로점 직원 ㄱ씨는 “매출은 평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원형진 모두투어 홍보팀 차장은 “여행 취소 건수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전주 대비해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했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도 “일본 여행 수요는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영향이 크다”며 “정치·사회적 이슈는 교과서 왜곡, 한·일 위안부 합의 등 과거부터 이어져 온 문제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번 건은 정치·사회적 문제가 소비자운동으로 이어진 경우”라며 “불매운동은 가장 강한 단계의 소비자운동인데 성공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분야 연구원도 “일본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은 의류·맥주 같은 소비재보다 부품·소재 등 중간재 비중이 높다. 불매운동이 대세에 지장을 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정치·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부품 소재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경제전으로 가면 우리 쪽 손해가 오히려 크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일본 소비자들도 불매운동을 할 수 있지만 그건 서로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같은 경제적 해법보다는 강제징용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 시민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이나 갈등 조장, 국수주의 고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SNS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통제 등 경제 제재 이후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 국적 아이돌 멤버의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배우 이시언씨는 지난 3일 일본 여행 사진을 개인 SNS 계정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삭제했다. 시민 백모씨(26)는 “불매운동 자체는 개인의 정치 참여니까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입장을 가진 개인을 비난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윤지·박채영·김희진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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