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부적절 사안 있다, 비밀이다"..반격 히든카드 흘리는 日

윤설영 2019. 7. 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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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 사안 무엇인지 한국에 전달했는지도 언급 불가"
일본 부품, 신고와 달리 다른 곳에 수출된 정황 꺼낼 수도
북한 불법환적 연관됐나..日 작년에만 11건 의심 적발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샵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에 비친 전시품. 일본 정부는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에 들어가는 핵심 소제 3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의 이유로 내세운 ‘부적절한 사안’이란 무엇일까.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수출 규제 강화내용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에 관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나흘 후인 5일에도 경제산업성 간부는 중앙일보의 문의에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 또 한국에 이 사안에 대해 전달이 됐는지를 포함해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며 함구했다. 수출규제와 화이트 국가 배제의 결정적인 이유이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윤곽도 노출하지 않겠다는 답변이다.

한국 정부도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일본 측이 그동안 어떤 설명이나 경고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채널을 동원해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예상치 못한 카드가 나올 것까지 대비해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산업성은 ‘부적절한 사안’을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비밀 엄수 의무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비밀'까지 거론하고 나섬에 따라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역공에 나설 때 한국에 반격하는 데 쓰기 위한 ‘히든 카드’를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한국으로 건너간 부품이나 물자가 원래 취지와 다른 곳으로 쓰였다고 일본 정부가 주장할 경우다. 전략 물자에 대한 ‘수출허가 포괄제도’는 수출업자가 수출처를 포함해 최종 사용자까지 세세하게 신고하게 돼 있다. 그런데 실제로 최종사용자가 신고한 내용과 다를 경우 이를 문제 삼아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봤을 수 있다.

도쿄의 한 외교 소식통은 “화이트 국가에 포함되면 적용되는 기존 포괄 제도는 수출에서 최종 사용까지 믿고 승인해 줬던 것인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예컨대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전달됐다는 식의 주장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이유 즉 '부적절한 사안'을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과 연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외무성은 작년 한 해에만 총 11건의 북한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행위를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선박이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에 관여된 정황을 포착했다며 '부적절한 사안'으로 꺼내들 수도 있다.

지난 1월 일본 외무성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의 '환적'(換積·화물 바꿔치기) 의심 사례를 발견했다며 공개한 사진. 왼쪽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자산동결과 입항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선박 안산1호로, 오른쪽의 선적불명 소형 선박에 측면을 대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미국 재무부가 지난 3월 공개한 북한 선박 환적에 연루되거나 북한산 석탄을 수출해온 것으로 보이는 수십척의 선박리스트 67척 가운데, 루니스(LUNIS)라는 선명의 한국 선적 선박도 포함된 바 있다.
국방부가 공개한 유튜브 동영상.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모습이다. 동영상에서 잠시 후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한·일 레이더·초계기 갈등을 촉발한 지난해 12월 20일 사건과 관련시키는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인근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어선의 구조신호를 받고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한국 국방부는 “인도적인 구조활동 중이었는데, 일본 초계기가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 측은 한국 군함이 일본 자위대 항공기를 레이더로 비췄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해상에서 자위대에 위협적 행위를 했던 나라를 안보상 위협이 없는 '화이트 국가'로 지정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내부 논리를 만들었을 가능성이다. 또 일반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일 군 간 존재했던 긴장 상황을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사안'이 누적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수출관리를 협의하는 당국 간 대화 채널이 최근 3년간 끊겼다고 주장했다.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경제산업성 간부는 “수출관리를 협의하는 한·일 당국자가 최근 3년간 1번밖에 회의를 열지 않아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반도체 재료의 수출과 관련해 부적절한 사안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략물자 수출입과 관련해선 물자의 개발과 국제정세 변화를 논의하기 위해 2년에 1번은 협의를 할 필요가 있는데, 2016년을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에 들어선 한 번도 협의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양자회의 외에도 다자간 협의를 통해 충분히 의사소통을 해오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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