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조용한 동네 청년은 왜 IS 추종자가 되었을까?

정재우 입력 2019. 7. 5. 15:51 수정 2019. 7. 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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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어요. 별로... 전혀 뭐 말썽이 있다거나 그런 건 못 봤어요. 한 번도..."

국제테러조직 IS에 가담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박 모 씨(23살)에 관해 묻자 인근 주민이 KBS 취재진에게 해준 말입니다.

이웃 주민들이 보기에 박 씨는 그냥 평범하고 조용한 청년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입대 전인 2016년부터 IS 조직원들이 쓰는 비밀 앱을 설치해 관련 자료를 받아 봤습니다. 테러 조직원들이 자주 쓰는 이른바 '정글도'로 불리는 무기까지 인터넷에서 구매해 집에 보관했습니다. 폭파병으로 배치된 군인일 때에는 군용 폭발물 점화 장치도 훔쳐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현역 군인이 IS 가입 시도…폭발물 점화장치까지 훔쳐

동네에서는 조용한 청년이었지만, 우리 사회에는 언제 테러를 저지를지 모르는 위험한 청년이었던 겁니다. 박 씨의 혐의가 인정돼 처벌받게 되면 그는 2016년 테러방지법 시행 이후 법을 어겨 처벌받는 첫 내국인이 됩니다.

소외된 젊은 층 목표로 온라인 공간 파고드는 IS

전문가들은 IS가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 지지세력을 포섭하고, 자생적 테러리스트, 이른바 ‘외로운 늑대’를 양성하려 힘쓰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IS는 홍보 전략을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홍보 인력에 대해서도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고 합니다.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요원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외롭다', '슬프다', '힘들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차별받고 살아야 하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올리면 이걸 IS 요원들이 포착해 접근하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사회에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젊은 층을 주요 목표물로 삼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오세연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테러를 얘기하는 게 아니고, 좋은 말들로 친근하게 접근해 지지자를 포섭하려 한다"며 "마치 그루밍 성폭력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른들도 진짜인가 싶고, 빠질 수 있을 정도라서 온라인 공간과 SNS가 친숙한 젊은이들과 학생들에게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2015년 시리아로 건너가 IS로 합류한 김 군도 온라인상에서 처음 IS와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4일 일본 경찰이 IS 가담 혐의로 5명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인터넷판 캡처)


IS‧테러 위험은 현재진행형…일본에서도 IS 가담하려던 5명 적발

올해 초 미국은 시리아의 IS 본거지가 궤멸했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부활절에 스리랑카의 성당과 호텔에서 250여 명이 숨지는 테러가 벌어졌고, 그 배후로 IS가 지목됐습니다. 본거지가 사라졌다고 해도 테러의 위협은 여전한 겁니다.

마침 KBS가 IS에 가입하려 하고 '자생적 테러'를 예비해 테러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현역 군인을 적발했다고 보도한 4일 일본에서도 유사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일본 경시청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 입국을 시도했던 5명을 적발했다고 보도한 겁니다.

지난 2014년 프리랜서 기자인 고수케 쓰네오카(50살) 씨와 전 도시샤 대학 교수이자 이슬람 연구가인 고 나카타(58살)씨가 홋카이도 대학 출신 남성과 다른 20대 남성을 전투에 참가시키기 위해 시리아로 보내려 IS 조직원들과 통신을 하고 비행기 표를 구해줬다는 게 사건의 골자입니다.

이들은 실제로 시리아에 가지는 않았지만, 홋카이도 대학 출신 남성은 "IS에 가입해 전투원이 되고 싶었다"고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테러 관련 게시물 증가세…테러단체 가담 의심 6명 여권 '무효화'

이처럼 IS가 온라인을 통해 벌이고 있는 선전·선동에 있어 국경이나 지리적 한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2016년 3월 시행된 테러방지법에 따라 국정원은 테러를 선전‧선동할 수 있는 게시물 등의 시정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테러 관련 선동‧선전 게시물을 포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전달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확인해 접속차단 조치를 하는 겁니다.


이렇게 접속차단 조치를 한 건수가 2017년 10건에서 지난해 20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1건이나 접속이 차단됐습니다.

외교부는 여권법 12조에 따라 국정원 등 정보기관으로부터 테러단체 가담 시도 등이 의심되는 사람의 정보를 받아 이들의 여권을 회수하거나 무효화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사상 처음으로 테러단체 가담 시도가 의심되는 2명의 여권이 회수조치 되거나 무효화 됐고, 2016년에도 같은 이유로 1명의 여권이 무효화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2명, 올해도 1명의 여권이 테러단체 가담 의심을 이유로 무효화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은 "최근 안보라든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상당히 적어진 것 같다"면서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지나친 불감증 이런 것들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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