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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던 유니클로매장 '한산'..잘 팔리던 일본車도 전전긍긍

이윤재,문지웅,문광민,차창희 입력 2019.07.05. 18:00 수정 2019.07.0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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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제품 불매 확산 조짐
아사히 등 맥주 판매 줄고
日여행 취소문의는 늘어
17개단체 한국자영업연합
"무기한 판매중단" 선언
"일본 보복 불합리하지만
감정만 앞세워 될 일 아냐"
네티즌 차분한 대응 주문도

◆ 추락하는 한일관계 ◆

5일 오후 일본 유니클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점 매장이 한산하다. 유니클로의 국내 최대 매장 중 하나인 이곳은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구매 기피 현상에 따라 이날 평소보다 방문객이 대폭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가지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민들이 일본 제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주장되고 있는 본격적인 불매운동까지는 아니지만 의류와 맥주 등 일부 소비재에서 일본산 거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자영업자 단체들이 조직적인 일본산 불매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5일 오전 방문한 서울 송파구 유니클로 롯데월드점은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일본 유니클로는 국내에서 총 186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롯데월드점은 손꼽히는 대형 매장이다. 썰렁한 분위기는 서울 명동 매장도 다르지 않았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을 찾은 고객들은 대부분 중국 관광객들이었고 내국인의 발길은 거의 없었다.

유니클로는 2005년 한국 진출 이후 13년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니클로가 진출한 22개 국가 중 한국은 일본, 중국에 이은 매출 3위 국가다. 특히 2013년(회계 기준 2013년 9월~2014년 8월)에는 한국에서 단일 패션 브랜드 최초로 1조원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일본 맥주 소비량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에서는 2~4일 일본 맥주 중 판매량이 많은 아사히 등 3종 맥주 매출이 지난주 같은 요일(6월 25~27일) 대비 13% 감소했다. 반면 전체 수입 맥주 매출은 같은 기간 대비 4% 증가했다. 여름에 맥주 매출이 꾸준히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감소세는 이례적이다. GS25에서는 3~4일 기준 수입 맥주 전체 판매가 전주 대비 1.2% 늘었는데 일본산 맥주는 1.9% 줄었다. CU에서도 수입 맥주 판매가 1% 증가했음에도 일본 맥주는 1% 감소했다.

도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수입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차는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점유율이 2010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20%를 돌파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는데, 하반기 실적이 꺾일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판매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단체들은 아예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이날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 판매 중지 돌입을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마트협회,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서울상인연합회 등 한상총련 소속 각 단체 대표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김성민 한상총련 공동회장은 "오늘부터 전국 자영업자들이 모든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한다"며 "아베 정권과 일본 정부가 각성하고 무역 보복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일본 제품에 대한 무기한 판매 중단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본과 관련된 인쇄물이 부착된 종이 상자 7개를 발로 짓밟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상총련은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이 초대 회장을 지냈던 연합체로 한국마트협회와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참여연대, 노동단체 등과 연계한 활동에 주로 참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정치적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행사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미 여행업 불황으로 일본 패키지상품 이용률이 전년 대비 20~30%가량 감소한 상황에서 한일 관계 악화가 시장에 더욱 찬물을 끼얹을까 염려하고 있다. 일본 전문 여행사인 여행박사의 경우 7월 초부터 고객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여행박사 관계자는 "여행 취소 수수료가 얼마 안 되면 여행을 취소하겠다는 고객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일본인들의 한국행도 영향권에 들 조짐이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찾는 인바운드 단체관광객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외생변수가 가세해 분위기가 더 얼어붙고 있다. 구정환 한국여행업협회 팀장은 "가장 먼저 여행사를 통한 단체 한국행이 영향권에 들었다"며 "개별 여행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한일 여행시장도 급랭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불매운동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기업 리스트가 매일 업데이트돼 공유되는가 하면, SNS에 '일본 불매운동'을 검색하면 500개가 넘는 게시물이 검색된다.

시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안 모씨는 "일본의 조치가 불합리하긴 하지만 감정만 앞세워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 불매운동과 과거 중국인들이 반일감정을 드러내면서 일본 브랜드 자동차를 부수던 모습과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이번 기회에 시민들이 직접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서 영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 문지웅 기자 / 문광민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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