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병 마신 다음날 아침.. 둘은 면허취소 수준, 한명은 멀쩡

권승준 기자 2019. 7.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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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윤창호법' 단속강화 기자 3인 음주체험
혈중 알코올농도 0.03%.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령, 이른바 '윤창호법'에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이다. 작년 9월 부산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윤창호씨 이름을 딴 법으로,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게 골자다. 이 법에 따라 혈중 알코올 농도 0.05%였던 면허정지 기준이 0.03%로 내려갔고, 면허취소 기준도 0.1%에서 0.08%로 강화됐다. 특히 의료계에서 0.03%는 '성인이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나올 수 있는 수치'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에 술을 조금이라도 마셨다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상책이란 말이 나온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거기다 윤창호법으로 이른바 숙취 운전, 즉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운전해도 이젠 음주 운전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윤창호법 시행 전인 지난 5월에 삼성라이온즈 소속 외야수 박한이(40)씨가 숙취 운전을 했다가 접촉 사고를 낸 게 대표적 사례다. 당시 박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65%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고, 박씨는 "변명 여지가 없다"며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 후 1주일간 오전 6~8시에 음주 운전 단속에 적발된 사람은 하루 평균 24명으로 법 시행 전(20명)보다 늘어났다.

'아무튼, 주말'은 음주와 다음 날 아침 운전의 위험성을 직접 검증해보기로 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카프성모병원 알코올치료센터의 도움을 받아 30대 남성인 권승준 기자와 20대 남성 이영빈, 20대 여성 조유진 기자가 지난 2~3일 이틀에 걸쳐 술을 마시고 음주 측정을 해봤다.

소주 반 병 마시고 운전대 잡으면 안 된다?

실험은 두 단계로 구성됐다. 첫날은 세 사람이 많지 않은 술(소주 반 병·180㎖)을 각각 마셨고, 다음 날은 각자 주량(소주 2~2병 반)대로 마셨다. 음주 시간은 이틀 다 밤 11시에서 새벽 1시까지로 같았고, 안주도 500㎉(킬로칼로리) 이내, 물은 500㎖ 이내로 마셨다. 보통 회사원들의 출근 시간을 감안해 6시간 수면 후 오전 7시 30분에 한 번, 한 시간 뒤에 한 번 더 음주 측정을 하기로 했다.

소주 반 병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엔 세 기자 모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첫 측정에서 권 기자는 0.005%가 나왔고 나머지 두 기자는 0%가 나왔다. 보통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할 때는 물 300㎖를 마신 뒤 하는데, 술을 마신 양이 적었기 때문에 시험 삼아 물 마시는 걸 생략하고 음주 측정을 했는데도 수치가 낮게 나왔다. 두 번째 측정은 하지 않았다. 운전해도 괜찮은 상태였단 뜻이다.

물론 음주 직후는 달랐다. 소주 반 병을 마시고 한 시간 뒤에 간이 음주 측정기로 각자 측정했을 때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세 사람 모두 0.03%~0.05%였다. 아무리 소량이라도 음주한 직후에 운전대를 잡으면 위험하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술을 마시고 60~90분이 지났을 때가 가장 취기가 오른다"며 "실제로 단속해보면 맥주 한두 잔 마셨는데도 0.03%를 넘는 경우도 더러 있더라"고 말했다.

주량대로 마신 다음 날, 남 기자는 만취, 여 기자는 멀쩡?

이틀째는 완전히 달랐다. 평소 술 좋아하는 세 기자가 한자리에 모여 각자 주량만큼 마셨다. 권 기자와 이 기자는 소주 2병 반을 마셨고, 조 기자는 소주 2병을 마셨다. 안주는 계란말이와 어묵탕, 삶은 완두콩 한 그릇씩 시켜서 나눠 먹은 게 전부였고 물도 전날처럼 500㎖ 이내로 마셨다. 셋 다 혀가 꼬이고 취기가 돌았지만, 멀쩡하게 걸을 수 있고 술자리 기억도 온전했다. 각자 귀가해 6시간 동안 잔 뒤 오전 7시 30분에 첫 측정을 했다. 권 기자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03%, 이 기자는 0.132%가 나왔다.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 사실상 만취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입에서 알코올 냄새가 강하게 났다. 반면 조 기자는 0.007%가 나왔다. 거의 정상이란 뜻이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윤창호법’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이 강화됐다. 이튿날 오전 6~8시에 음주 운전 단속에 적발된 사람이 법 시행 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조선일보DB
한 시간이 더 지나 다시 쟀을 때도 권 기자는 0.065%로 면허정지 수준이었고, 이 기자는 0.106%로 여전히 면허취소 상태였다. 조 기자는 0%가 나왔다. 이에 대해 카프성모병원 알코올치료센터 하종은 센터장은 "알코올 분해 속도는 체중, 술 마시는 속도나 유전,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술이 빨리 깬다는 건 분해 효소가 많다는 뜻인데 알코올 중독자도 분해 효소가 많이 분비되는 경우가 있다. 술이 빨리 깨는 게 반드시 건강이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조 기자는 어떤 기준으로도 알코올 중독은 아니었다.

실험 결과를 좀 더 보강하기 위해 회사원 강인욱(남·48)씨와 김정하(여·35)씨에게 각각 소주 1병 반, 1병을 마신 뒤 다음 날 오전 7시 30분에 음주 측정을 부탁했다. 안주나 물 섭취도 기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통제했다. 그 결과 강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1%, 김씨는 0.038%로 둘 다 면허정지 수치가 나왔다. 한 시간 뒤에 다시 측정하니 둘 다 0.01%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강씨는 "입에서 전혀 술 냄새가 안 나서 안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라고 말했다.

공식대로 하면 문제없다?

숙취 운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간단하게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스웨덴 생리학자 리처드 위드마크가 고안한 '위드마크' 공식이다. 섭취한 알코올양을 체중과 성별에 따른 가중치로 나눈 뒤 술을 마신 후 흐른 시간을 뺀다. 통상 혈중 알코올 농도는 1시간에 평균 0.015%씩 감소한다.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체중 70㎏인 성인 남성이 소주 한 병에 들어 있는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시간 6분이다. 여성은 체중 60㎏ 기준으로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을 때 알코올 분해에 6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공식 역시 추정치를 제공할 뿐이기 때문에 맹신하면 안 된다. 실제로 조 기자는 이 공식에 들어맞는 결과가 나왔지만, 권 기자와 이 기자는 이 공식에 따른 수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가 나왔다. 하 센터장은 "통상 음주 후 12시간 정도 지나야 몸속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된다고 본다"며 "혈중 알코올 농도가 단속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나오면 운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이긴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 하루 정도는 운전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 운전 단속에 2회 이상 적발되거나 사고를 냈을 경우 처벌도 강화됐다. 이 때문에 술 마시는 일이 잦은 회사원은 아예 음주 측정기를 따로 구비하는 일도 늘어나는 중이다. 회사 차원에서 대비하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몇몇 부서에서 윤창호법 시행에 대비해 따로 음주 측정기를 마련해 숙취 측정을 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음주 측정기를 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쓰는 것과 같은 제품은 보안이나 악용 우려 등의 문제로 팔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시중에도 좋은 제품이 많아서 비교적 정확하게 수치가 나오는 편이지만, 경찰이 측정할 때 반드시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믿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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