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급소 찔린 韓.."우리에겐 아직 찬스가 있다"

문창석 기자 입력 2019. 7.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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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경제전쟁, 구호보다 실력으로③] "부품 국산화 시급"
"국산화율 높이면 장기적으로 기회..대기업 협력 필수"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반도체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2019.7.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한국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그동안 대일(對日) 의존도를 크게 낮추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핵심 화학 소재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에 한국으로 수출 규제 대상이 된 Δ포토 레지스트(감광액) Δ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Δ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는 모두 일본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높고, 국내 기업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소재들이다. 현재 일본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이 소재들의 70~90%를 독점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완성품은 세계 시장에서 1위지만 부품은 거의 일본에 기대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반도체 업계의 소재 국산화율은 50.3%에 불과하다. 이번 규제 품목처럼 정밀한 공정이 필요할수록 대일 의존도가 높다.

소재를 생산하는 화학업체도 한국은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이다. 조단위 규모가 즐비한 일본의 정밀화학 업체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그나마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금호석유화학 정도가 포토 레지스트를 생산하긴 하지만, 시장 후발주자라 일본제에 비해 떨어지고 그마저도 반도체 소재 사업이 주력이 아니다.

기술력의 차이는 여기에서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수출 제재 품목인 에칭가스의 경우 일본 스텔라와 모리타가 전세계 생산량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솔브레인 등 에칭가스를 만드는 국내 기업도 있지만, 이들도 원재료는 일본에서 수입한다.

포토 레지스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필요한 수준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일본의 스미토모, 신에츠, JSR로, 그 외에는 마땅한 조달처가 없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조만간 출시되는 삼성 갤럭시 폴드 등 최고급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라 스마트폰 수급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

화학업계가 소재 개발을 외면했다기보다 그동안 여력 자체가 부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꾸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당장 돈을 벌어 살아남는 게 급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우리는 일본보다 투자도 적고 기업 규모도 작다"며 "일본은 시작한지 70년이 됐지만 한국은 한참 짧다"고 설명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장 일본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기보다, 최소한 이번 같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은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는 한국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안 상무는 "일본의 이번 조치는 우리에게 단기적으로 손해가 되겠지만 멀리 보면 거래처 다변화 등 긍정적일 수 있다"며 "조급해하지 말고 현재 일본과의 격차를 인정하며 차근차근히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력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현재 한국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70%가량의 점유율로 압도적이며, 설비 투자 규모도 세계 최대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일본의 주요 화학소재 제품은 반도체 생산업체와의 협력이 없으면 기술 개발이 불가능하다"며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고 있는 삼성과 SK 등을 따라가야 자신들도 1등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거래가 끊어지면 지금은 일본 기업이 1등이라도 나중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반도체 생산업체와 국내 화학소재 업체의 협력을 강화한다면, 앞으로는 한국이 소재 산업에서까지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산업협회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소재·장비 성능 검증 사업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아직 우리에겐 찬스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먼저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막대한 기술설비와 투자가 그 사업의 수익을 결정짓는 반도체 사업은 기업의 크기가 설비·투자 규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과감하게 돈을 주고 해외 기술을 사오거나 M&A를 하면 기업의 레벨이 확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과 SK 등 대기업과 이들 소재 생산 중견·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이번 일본의 조치에 대응해 내년부터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안 상무는 "아직 충분하진 않지만 대기업들의 반도체 소재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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