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풀어보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아예 수입을 못하는 건가요?

임지선 기자 2019. 7.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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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번 한주 내내 산업계 이슈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였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일본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 소식은 정부와 산업계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일본은 반도체 수출 규제를 왜 하려는 것일까. 규제를 하면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소재를 아예 사지 못하게 되는 걸까요. 다음은 이번 규제와 관련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습니다.

-일본이 행한 조치란 어떤 것인가요.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0시를 기점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습니다. 규제를 강화하는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가지입니다. 여기에 일본이 그동안 미국과 한국 등 27개국에 수출을 할 때 허가 취득절차를 면제해주는 ‘화이트국가(백색국가)’ 제도에서 8월부터는 한국만 제외한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된다면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품목이 지금 3개 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앞으로 그러면 일본에서 이들 소재를 사오지 못하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 일본 기업이 이를 수출할 때, 반대로 한국 기업에 일본에서 이 3가지 품목을 수입할 때, 절차가 강화돼서 지금보다 오래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는 포괄적 허가 사항으로 3년간 개별 품목에 대해 일일히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됐습니다. 일본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하기가, 한국 기업입장에서는 수입해오기 편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하나하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허가를 받는 데 9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이유으로 수출 절차에서 발목을 잡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일본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 가면 아예 수출을 금지했을 때는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압니다. 이때문에 수출 금지가 아니라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자료:무역협회

-한국 기업에는 얼마나 타격이 있을까요.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당장 규제하는 품목은 그동안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의존을 많이 했던 소재입니다. 무역협회 보고서를 보면, 올해부터 5월까지 이들 소재의 일본 의존도는 레지스트가 91.9%, 에칭가스가 43.9%, 플로오린 폴리이미드는 93.7%였습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일본은 어떤 소재가 우리 기업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대체하기 힘든 3가지 소재를 고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품 소재 분야에서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일단 이번 사태의 영향력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경우 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 중 현재 생산에 활용되는 재료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차세대 소재 EUV 레지스트도 대체 공정으로 전환 시 생산에 영향이 없으며, 에칭가스는 국산 등 공급선 다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또 어차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져 있으니 이번 기회에 공급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옵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 제품의 경우 질이 낮다는 평가가 있고, 가격 경쟁력면에서도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공장 설비는 24시간 가동되어 한번 설비를 멈추면 다시 설비를 돌릴 때 큰 비용이 듭니다. 일반 공산품 설비 같은 경우 멈췄다가 다시 돌려도 큰 차이는 없지만 반도체 설비는 일정 수율(합격품 비율)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이때문에 소재와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손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반도체 회사들은 이야기합니다.”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은 어떤가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려를 표시하지만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발언 하나하나 자체가 앞으로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론 우리의 전략이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소재가 당장 수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앞으로 어떤 규제가 더 추가될지 모른다는 점 등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그 자체로 마이너스라고 입을 모읍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가운데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 교도통신·연합뉴스)

-‘강제징용 판결’ 보복용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일본은 왜 지금 이같은 조치를 취했을까요.

“일본이 한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은 지난해 11월 나왔습니다. 6개월 지나서야 일본의 경제보복이 나온 것이죠. 왜 지금일까요. 일본 요미우리 신문 등의 보도를 보면 이번 결정은 지난 5월에 이뤄졌습니다. 일본으로서는 그동안 물밑 협상 등을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의 반응이 없자 이같은 방식을 택했다는 내용입니다.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을 보면, 이달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참의원은 미국의 상원 의원에 해당합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보수와 극우 세력들을 ‘강제징용’ 판결을 근거로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집니다. 참의원을 장악해야 아베 총리가 하고 싶어 하는 ‘개헌’이 수월하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경제보복’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아베 내각은 지난 한해 러·일 쿠릴열도 담판 실패를 비롯해 연금 부족 등의 문제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선거를 장악하고 흔들리는 여론을 뒤집기에는 ‘한국 때리기’만큼 좋은 소재를 없었을 겁니다.”

-일본 기업에도 피해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일본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일본 기업 입장에서 한국의 반도체 회사는 중요한 고객입니다. 고객을 잃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일본 기업들도 반발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한 한국이 반도체 소재 등 일본의 의존도가 높은 소재나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박차를 가하면 일본의 점유율은 더욱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5일 과거 중국과 희토류 수출 문제로 분쟁이 일어났던 사례를 예로 보도했습니다. 2010년 센카쿠 열도를 두고 중국과 영토 갈등을 벌이면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규제했는데 이때 일본 기업들은 중국 의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일로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 의존도를 줄이면 일본의 기술 우위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일본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전체적으로 약간 과잉반응하고 있다”며 “한국이 결국 부품이나 소재의 자체 생산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자 5일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서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대응책은 있나요?

“청와대는 지난 4일부터 정면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취한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는 WTO(국제무역기구)의 규범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고 메시지를 낼 예정입니다. 우리 정부도 정면 대응을 하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당장은 일본에 양자협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가장 강경책인 WTO 제소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무역에 위반한다는 걸 법적으로 규명받는 길입니다. 그러나 WTO 분쟁은 최종 판결까지 2~3년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사이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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