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에 에너지 소비 급증.. '탄소 제로' 첫걸음부터 빨간불 [세계는 지금]

임국정 2019. 7. 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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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 않고 늘어나는 탄소배출량 / 글로벌 탄소 배출 7년 만에 최대폭 ↑ / 2018년 경제 성장 둔화에도 되레 늘어 / 아·태 에너지 소비 51억TOE 최대 / 온실가스 감축 '파리협정' 서명 무색 / 英·獨 등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선언 / 자동차 등 산업기반 전환 반대 목소리 / EU내선 보조금 이유 목표 채택 난항 / '배출 2위' 美, 온실가스 감축 '역주행'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지 않고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영국 석유회사 BP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낸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2000년 236억2300만t에서 2018년 336억8500만t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이는 2017년(330억3900만t)에 비해서도 2% 증가한 것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탄소 배출량의 이 같은 증가세는 에너지 소비가 그만큼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전 세계 에너지 소비는 지난해보다 2.9% 상승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에너지 소비가 51억1000만TOE(석유환산톤)로 가장 컸다. 두 번째로 많은 북·미(24억5000만TOE)의 2배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인도, 미국이 에너지 소비 증가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30년 만에 가장 빠른 3.5%를 나타냈다.
 
역사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에너지 소비 역시 증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은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은 급증했다. 이상기온으로 지난해 냉·난방 에너지 사용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펜서 데일 B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기 중 탄소 증가 수준과 지난해 관찰된 기후 패턴에 연관성이 있다면 우려스러운 악순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라며 “탄소 증가수준이 더 극단적인 기후패턴으로 이어지고 이에 에너지(소비)를 더 급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사회는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내년 이후 새로운 기후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을 맺었다.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발생하는 기후변화를 걱정한 이들은 ‘이번 세기말(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도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리협정에 서명한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약속을 지키더라도, 세계는 여전히 금세기 말까지 3도 이상 따뜻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제 기후 과학자들은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이라는 적극적인 탄소 감축에 나서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탄소 중립’ 추진국

온실가스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대기 중 가스 형태의 물질을 말한다. 6대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이다.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화석에너지 연소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서 이산화탄소는 대표성을 띠는 존재라 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이란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흡수량을 늘려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 총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탄소 제로’(carbon zero)라고도 한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숲을 조성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거나 탄소 배출의 주원인인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 등이다. 국가나 기업에 탄소배출량을 할당한 뒤 이를 상품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탄소 중립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은 유럽연합(EU)이다. 핀란드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월 총선으로 새롭게 들어선 핀란드 연립정부는 지난달 3일 핀란드와 EU의 기후변화 정책 개혁에 전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제1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 소속 안티 린네 총리는 “미래에 투자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도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에 도전한다. 영국 정부는 이 같은 새로운 목표치를 반영한 ‘기후변화법’ 개정안을 지난달 의회에 제출했다. 시행령 개정인 만큼 의원 투표는 필요없다. G7(주요 7개국) 가운데 최초다. 당초 영국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80%선으로 줄이려 했다. 프랑스는 지난 2월, 뉴질랜드는 지난 5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5월14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기후변화콘퍼런스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성을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논의는 우리가 그것을 이룰 수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금세기 후반까지 가능한 한 조기에 ‘탈(脫)탄소 사회’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8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연료전지차를 보급해 ‘수소 사회’를 실현하고,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기술의 실용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BP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가능에너지 소비는 2017년보다 15% 증가했다. 풍력·태양광·바이오매스·지열에너지 증가세가 전체 발전량 증가분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20배 증가해 가장 두드러졌다. 중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이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렸다고 BP는 분석했다.
 
◆여전히 갈 길 먼 ‘탄소 감축’

탄소 감축을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탄소 중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탄소배출권 이용 제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배출권을 이용해 자국 내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는 방식도 용인하겠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인 미국의 역행도 문제다. 친화석연료 의제를 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 감시 관련 예산까지 삭감했다. 지난달 28,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성명에서도 파리협정을 이행하자는 내용이 미국의 반대로 빠졌다.

2035년, 2050년이 멀지 않은 만큼 급진적인 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신재생 전력 생산 기반 확충은 물론 가솔린·디젤을 사용하는 신차 판매가 중단돼야 한다. 스페인 역시 2050년까지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탄소배출량을 9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를 위해선 2040년부터는 전기차나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자동차만 판매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천연가스 난방을 중단하고 수소 연료 또는 열펌프 난방으로 대체해야 한다.
또 탄소 감축을 두고 국가별로 입장이 달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도 파리협정의 구체적 이행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상세규정이 진통 끝에 채택됐다. 약 200개 참여국 대표들은 이번 회의에서 탄소배출 감축량 산정 방식을 놓고 충돌했다. 브라질은 기존 체계 유지를 주장했지만 선진국들은 기존 체계에 투명·정확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또한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경제력이 약한 국가들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협정 이행을 위해 내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로 재원을 마련하기로 한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더 상세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탄소 중립에 적극적인 EU 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EU지도부와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달 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례 정상회의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공식 목표로 채택하자는 제안에 대한 합의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28개 회원국 중 폴란드,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4개국이 반대를 표했다. 나머지 24개국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폴란드 등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EU 차원의 보조금 예산 확보 문제를 지적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데 따른 보상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에 동의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측 소식통은 “비록 만장일치를 끌어내지 못했지만, 대다수인 24개국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약속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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