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캔맥주에 표시된 100%의 의미는?
[오마이뉴스 박은영 기자]
▲ 캔맥주에 표시된 100% 편의점에서 구입한 수입캔맥주에 표시된 100%, 작은 글씨로 'RENEWABLE' 과 'FROM WIND POWER’ 이라고 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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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맥주를 생산, 유통하는 AB inbev라는 회사는 2017년부터 RE100(재생가능에너지 100% 선언기업)에 참여하면서 이 숫자를 전략적으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마크 위, 아래에 돋보기를 써야 보일 정도로 아주 작지만 'RENEWABLE'과 'FROM WIND POWER' 라고 쓰여져 있는데 제품의 생산을 신재생에너지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단순히 신재생에너지 이용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목표를 정해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로 생산, 판매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업, 생산과정, 소비에 까지 계획을 세워 '기후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 곳에서 발간한 2018년 연간보고서 7쪽의 지속가능성 수치를 보면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하는 비율을 이미 16% 달성했다.
▲ AB inbev 지속가능목표 2025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농업, 생산과 판매에 구체적인 기후액션을 실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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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100 홈페이지 구글, 이케아를 비롯한 185개 기업이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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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은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100% 선언으로 현재 이케아, 애플, 구글, 페이스북, 나이키, 레고 등 세계의 큰 기업들이 참여해 현재 185개 기업이 제품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천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대만 등 아시아에서도 참여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은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이 없다.
RE100 참여는 국내 기업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비용이나 제도상의 어려움도 있어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중이다. 지난 5일 서울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RE100 포럼>에 참여한 산업부 관계자는 "RE100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뿐 아니라 산업기반의 운명을 쥐고 있어 정부도 국내 기업들이 원활하게 RE100에 참여할 수 있도록 3/4분기까지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자리에 패널로 참여한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이상훈 소장도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상 어려움이 있다"며 "이행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마친 상황이고, 녹색요금제, PPA(기업재생에너지 전력거래구매계약) 등 다양한 제도마련을 위해 기업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곳에 비해 출발은 늦지만 국내 관점에서 어려움을 잘 해소하고 변화의 프로세스를 밟아가는 것이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에도 에너지혁명을 주도할 히어로 기업 필요
RE100 이니셔티브를 주관하고 있는 기후그룹의 샘 키민스 대표는 이 날 포럼에서 "한국에도 에너지혁명을 주도할 히어로 기업이 필요하다"며 "RE100을 통해 기업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한국기업의 참여를 강조했다.
▲ 인터네셔널 RE100 포럼애서 발표 중인 샘 키민스 7월 5일(금) 오전 9시 30분에 서울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RE100 포럼>에서 RE100 이니셔티브를 주관하고 있는 기후그룹의 샘 키민스 대표가 발제자로 참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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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기업들은 이미 재생가능에너지가 비싸지 않음을 인지하고 PPA(기업재생에너지 전력거래구매계약)를 통해 에너지를 전환하는 곳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샘 키민스 대표는 말한다. 그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기업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실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저탄소라는 목표에도 도달하는 윈-윈 구조이기에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일본은 28번째 기업이 RE100에 가입했고, 대만은 풍력발전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국내 에너지전환을 꾀하고 있다. 한국도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세워지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에너지전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시기에 정부와 기업이 새로운 흐름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덴마크에 집중되고 있다. 덴마크는 이미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생산의 64%를 충당하고 있기에 RE100에 참여하는 이들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 지역사회에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파생시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생존문제, 바로 지금 행동해야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전 세계가 자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을 하고 있다. 16세 덴마크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를 이어 한국의 청소년들도 기후변화 문제가 생존의 문제임을 말하며 그 해결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어른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RE100 포럼에서 패널로 발언한 이정미 세계자연기금(WWF) 선임국장은 "기후변화 문제는 당장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기업 또한 생존을 위해 이 문제의식을 같이 절실히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업의 지속가능경영팀이 고민할 게 아니라 이사진, 기업대표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기업에서 생산과 판매 과정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과 생존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또 소비자들은 이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로 이어지는 환경문제에 기업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에 한국의 기업들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차례다.
또한 앞으로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에 목표를 두고 구체적인 실행과 액션들을 마련하도록 정부를 비롯한 사회적인 관심과 요구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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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대전충남녹색연합 홈페이지에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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