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문재인 정부 들어 이민 급증?..알고 보니 '통계상 착시현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문재인 정부 들어 해외 이주가 급증했다고 비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황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을 떠나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해외 이주자 수가 문재인 정권 2년 만에 약 5배나 늘어나 금융위기 후 최대라고 한다"며 "문재인 정권 포퓰리즘의 시작, 그 후 1년 2년.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이웃이, 우리의 삶이, 우리의 꿈이 멀어져 가는 것 같다"고 적었다.

황 대표는 이어 "거리에서, 일터에서, 시장에서 만난 분들이 저를 보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도 (이 말이) 제 귓가를 맴돌며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며 "말이 아니라 정말 대한민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지금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가 고통스럽다. 대한민국에서 살기가 불안하다. 일자리를 잃었고 터전을 잃었고 자신감을 잃었다"며 "앞으로 점점 더 큰 어려움을 치를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여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국민의 목소리를 다시 새긴다. 우리의 가치를 깨우고 신념을 되살려, 확고한 정책 플랫폼을 만들고 경제·민생·안보 대전환을 이뤄낼 것이다"라며 "떠나고 싶은 나라에서 살고 싶은 나라로 다시 대전환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해외이주자는 2017년 825명에서 2018년 2200명으로 급증했다. 황 대표 말대로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해외 이주자 수가 늘어난 것은 2017년 말 해외이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부터 해외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에게 신분증명용으로 발급되던 거주 여권이 폐지됐다. 해외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들이 해외이주 신고 대상에 포함됐고 이 수치가 뒤늦게 통계에 반영됐다.

외교부는 해외이주자를 △연고이주 △취업이주 △사업이주 △기타이주 등 4가지 형태로 구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18년 기타이주 항목은 1461명으로 전년에 비해 1382명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2018년 기타이주자로 분류된 1461명 중 실제로 국내에서 이주한 '독립이주자'는 66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395명은 법 개정에 따라 해외이주신고를 한 기존 해외영주권자들로 추정된다. 결국 기타이주자수를 독립이주자수인 66명으로 변경하면 2018년 해외이주신고자수는 총 805명으로 2017년에 825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결국 황 대표가 인용한 수치는 증가 내용을 정확히 보지 않아 생긴 통계상 착시현상에 가깝다. 외교부는 앞서 통계가 나온 지난 5월에 이미 "정부가 거주 여권을 폐지하자 국민연금공단이 해외이주자가 국민연금 일시금을 받을 경우 거주여권 대신 해외이주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 많은 국민들이 해외 이주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황 대표의 발언에 반박 논평을 내놨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황 대표는 해외이주 증가 내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착시적 통계수치를 악용해 국민 불안을 선동하는 '가짜뉴스'를 또 한번 생산하고 말았다"며 "황 대표가 이끄는 허위조작정보에 기반한 한국당의 '가짜뉴스 포퓰리즘'이야말로 우려스럽다. 국민들은 '지옥'에 있지 않고 '탈한국'을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거짓 선전 일삼는 '한국당으로부터의 자유', 즉 '탈한국당'을 원할 뿐"이라고 일갈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