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동 성범죄 느는데.. 아동 모델이 섹시해야 하나요? [출근길]

김경은 기자 2019. 7. 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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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아동 모델 사진. 짙은 화장한 모습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분홍색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클로즈업된 입술에는 딸기 맛 아이스크림 스푼이 들어간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소녀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황홀한 표정을 짓더니 눈을 감고 쓰러진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의 광고 내용이다. 이 광고가 방영되자 온라인상에는 불쾌감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스크림, 입술, 소녀 등 온갖 성적인 클리셰로 구성된 광고가 11세 아동을 성 상품화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항의가 빗발치자 배스킨라빈스는 해당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광고 모델인 아동의 부모가 “재미를 의도한 아이스크림 광고가 오히려 역겹고 끔찍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광고를 보고 비난하는 이들은 우리 아이를 위한 비판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반박하면서 반대 여론도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문제가 된 배스킨라빈스 광고. /사진=배스킨라빈스 영상 캡처

◆반복되는 아동 성적 대상화 논란

아동 모델에 대한 성 상품화, 성적 대상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국내에서 아동 모델을 다루는 방식은 점차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아동복 쇼핑몰에서는 여자 아동 모델이 성인처럼 입고, 화장하고, 부자연스럽게 몸을 비트는 포즈를 취한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한 인기 아동복 쇼핑몰이 ‘인형 같은 그녀랑 연애할까’, ‘섹시 토끼의 오후’, ‘그녀 클럽 뜨는 날’ 등의 명칭을 여아용 의류에 붙여 판매했다. 이후 아동복에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는 지적이 일자 업체는 의류 명칭을 수정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각선미’, ‘뒤태’, ‘S라인’ 등의 특정 미의 기준을 강조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아동복 쇼핑몰은 부지기수다. 

이같이 ‘성인화’된 여자아이 모습은 해외 아동복 광고와 대조적이다. 외국 아동복 사이트를 보면 여아와 남아 모두 편안한 옷을 입은 채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배스킨라빈스 광고로 논란에 휩싸인 모델 엘라 그로스 역시 해외 화보에서는 아이다운 모습을 강조했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에 성별 차이점이 부각되지 않은 옷을 입고 아이다운 활동성을 드러내며 활짝 웃는 모습이다. 

배스킨라빈스 아동모델인 엘라 그로스의 한국 화보(왼쪽)와 외국 화보. /사진=엘라 그로스 부모 인스타그램

◆이래도 문제가 아니라고요?

일각에서는 성적 대상화 논란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반응한다. 아동 모델 광고가 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해석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동 모델에게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소아성애자가 실재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소아성애는 의학적으로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여기는 도착증을 일컫는다. 

이번 배스킨라빈스 광고가 공개됐을 때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아동 모델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이 난무했다. 이중에는 아동 모델과의 성관계를 암시하거나 소아성애를 옹호하고 심지어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을 두둔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겨우 열살을 넘긴 아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떻게 연출하고 소비하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모델을 보호하기 위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아이가 예뻐서 질투하는 것’이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은 이 광고가 문제라는 또 하나의 근거”라며 “그런 저열한 주장들은 해당 아동들을 ‘성인과 성적 매력으로 경쟁 대상이 될 만한’ 존재로 보고 있을 때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니세프 역시 아동 성적 대상화는 아동학대라고 판단한다. 유니세프는 여자 아이가 성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성적인 표정을 짓고 있거나 노출된 의상 등을 입은 경우 등을 모두 성적 대상화로 규정하고, 이러한 경우 남성 어른의 시각에서 여자아이를 성욕을 풀 수 있는 대상물로 여겨 자칫 성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아성애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연평균 7.4명 수준이다. 그러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수는 2017년 기준 3195명에 달했다. 범죄 유형은 ‘강제추행’이 1674명(52.4%)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강간’이 659명(20.6%)을 차지해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이런 지표는 아동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과 달리 자신이 도착증에 빠졌다는 사실이나 소아성애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동 성적 대상화, 막을 방법 없나
패션잡지 보그 프랑스판 2012년 12월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미 이런 위험성을 인지한 해외에서는 아동 모델의 성적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프랑스에서는 패션잡지 ‘보그’ 프랑스판에 실린 소녀의 사진이 논란이 됐다. 10세 소녀가 짙은 화장에 원피스와 하이힐을 착용하고 소파에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이를 계기로 아동 성 상품화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프랑스 정부는 2013년 관련법을 제정하고 아동 성 상품화 사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하기 시작했다. 

2011년 영국에서는 마크제이콥스 향수 ‘오! 롤라’의 광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광고에는 당시 16세이던 배우 다코타 패닝이 향수병을 다리 사이에 갖다 대고 멍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게다가 향수 이름이 아동을 성애화하는 소설 ‘롤리타’의 별칭이란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됐다. 결국 영국 광고자율심의기구는 이 광고가 성적으로 자극적이라며 상영을 금지했다. 

아동을 성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는 지난달 미성년자 보호정책을 발표하고 14세 미만 아동의 단독 생방송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소아성애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아동·청소년의 동영상을 악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잇따르자 내린 조치다.
마크제이콥스 향수 ‘오! 롤라’ 화보. /사진=마크제이콥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 아동 광고 관련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 크다.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학대 행위를 ‘성적 학대’로 규정,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을 성인처럼 꾸미거나 어른스러운 표정을 요구하는 등의 연출을 처벌할 방법은 현재까지 전무하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동 속옷 모델 관련 처벌 규정과 촬영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동 속옷 모델 관련 처벌 규정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청원글을 올린 작성자는 “아동런닝을 홍보하는데 왜 아이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또 다리를 벌린 후 손으로 가린 사진을 홍보 상세 컷에 넣어야 하냐”며 “처벌규정이 필요하고 나라에서도 이런 상품 홍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해당 청원은 4만여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으나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지 못하고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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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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