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리브라 출시로 예금액 줄면 금융권 흔들"

민정혜 기자 입력 2019. 7. 8. 11:59 수정 2019. 7. 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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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국가통제 받지 않는 디지털 화폐 발행 목표
예금액 감소 등으로 금융권 타격..통화정책 영향력↓
/뉴스1 DB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페이스북이 2020년 출시 예정인 가상통화 리브라(Libra)로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24억명의 은행예금 중 10분의 1만 넘어가도 적립금이 2조달러를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은행예금이 리브라로 이전되면 은행은 지불능력이 떨어지고 대출금이 감소해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법정 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일종의 뱅크런 발생 가능하고, 이 경우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리브라가 국제 자본이동과 관련한 정책적 대응력을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8일 금융위원회가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는 이 자료를 내놓으며 리브라 백서, 국내외 언론과 해외 동향 등을 정리한 것으로 금융위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리브라의 환전·해외송금 P2P 방식…통제 어려워

이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가상통화인 리브라를 발행해 송금과 결제 서비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리브라는 비트코인을 대체하는 글로벌 디지털 화폐를 지향하며, 장기적으로 국가통제를 받지 않는 디지털 화폐 발행이 목표다.

리브라는 파운드(pound)와 같이 고대 로마 무게 단위인 '리브라 폰도(Libra pondo)'에서 유래됐다. 리브라는 다수의 통화로 구성된 은행예금, 미국 국채 등 실물자산에 연동해 가치가 보장되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란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가상통화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나,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의 화폐 또는 상품 등과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보장한다. 테더 가상통화는 미달러와 1대1 가치연동을 했는데, 리브라는 준비금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가치를 보장한다.

페이스북 목표대로 리브라가 경제생활 전반에 사용되면 기존 금융권의 안정성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24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은행예금의 10분의 1만 리브라로 옮겨도 적립금이 2조달러를 넘는다.

자연히 은행들의 지불 능력은 하락하고, 대출금도 감소한다, 큰 규모의 해외 자금 이전으로 국제수지가 취약한 신흥시장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위기 때 법정 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일종의 뱅크런 발생 가능하고, 이 경우 위기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브라는 외화로 교환이 가능해 위기 때 대규모 국가 간 자본 이동, 환율과 자산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법정 화폐와 리브라의 자유로운 환전과 신속한 해외송금은 국제 자본이동과 관련한 정책적 대응능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리브라가 중앙은행 통화를 대체·병행해 통화정책 효과가 제한인 것도 우려점이다. 특히 리브라는 P2P 방식으로 거래 당사자 간 이전이 가능해 기존의 감시·감독체계로는 관리·통제가 어렵다.

은행을 통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리브라가 광범위한 자금세탁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도 높다. 실제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의 대형 금융사는 가상통화 리브라에 대한 규제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참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브라의 영향력이 커지면 금융권 중 특히 은행산업은 위축될 수 있다. 페이스북이 고객 자금으로 은행예금 대신 채권 등을 매입하면 은행 재무상태가 위축될 수 있다. 또 리브라는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해외송금을 제공해 은행의 해외송금 수익을 떨어뜨린다. 2018년 기준 해외송금액은 국내 14조원, 글로벌 620조원 수준이다.

리브라 출시 이후 페이스북이 완전히 자격을 갖춘 은행으로 출범하면 은행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수순이다. 페이스북이 가진 방대한 빅데이터는 대출 부문에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다만 현제 페이스북은 은행업 라이선스 취득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규제·소비자 보호 기대 수준 매우 높을 것" vs "흥미로워"

리브라 출시 전부터 그 영향력에 대한 분석이 나오는 것은 리브라가 그 어떤 가상통화보다 상용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많은 이용자 수를 확보한 플랫폼 사업자여서, 여러 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협회를 구성해 다양한 분야에서 리브라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리브라는 가치를 보장하는 방식이 아직 불분명하고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그 실체가 미확정적이다. 또 발행량 조정 메커니즘이 불명확하고, 준비금과의 상관관계도 모호해 리브라 발행량 증가에 따라 가치가 폭락할 가능도 있다.

현재 페이스북은 미국, 영국, 스위스 등 주요국 금융규제 당국과 사전면담을 진행하고, 필요하면 금융업 인허가를 취득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칼리브라(Calibra)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기관인 금융범죄사무국(FinCEN)에 화폐서비스 업자로 등록하고 미국내 송금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또 뉴욕주 금융서비스국에 비트라이선스 취득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리브라 출시를 앞두고 외국 감독기관의 움직임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미국은 리브라에 대한 상원과 하원청문회를 각각 오는 16일, 17일 열 계획이다. 맥신 월터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은 위험 요소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에 가상통화 발행 일시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미국의 중앙은행(FRB) 의장은 중앙은행이 리브라를 "매우 조심스럽게" 바라볼 것이며 "규제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기대 수준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영국 재무부(UK Treasury)와 영국 금융감독청(FCA), 영란은행은 페이스북의 계획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협업 중이다. 영란은행 총재는 "리브라의 안전해야 하며 만약 안전하지 않다면 주요 중앙은행들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마스 모제 스위스 중앙은행(SNB) 대체위원(Alternate Member)은 "리브라의 개발 과정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진행 과정에 대해 편안한 마음이다"라며 긍정적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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