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전직 중앙일보 기자 고백

2019. 7. 8. 16: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걸스로봇 대표 이진주씨가 과거 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던 시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인 노건호씨 기사를 과장하고 용산참사 유가족 기사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던 2009년에 겪었던 일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이 2009년 4월 10일에 썼던 '노건호, 미국 유학 중 월세 3600달러 고급주택가서 살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언급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진주씨 "노건호씨 미국 집 비싸지 않은 것 알고도 과장보도.. 평생 속죄"
이진주 페이스북 캡쳐

걸스로봇 대표 이진주씨가 과거 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던 시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인 노건호씨 기사를 과장하고 용산참사 유가족 기사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던 2009년에 겪었던 일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이 2009년 4월 10일에 썼던 ‘노건호, 미국 유학 중 월세 3600달러 고급주택가서 살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언급했다.

그는 이 기사에서 노건호씨가 미국 유학 당시 월세가 3600달러(당시 환율로 약 360만원)인 고급 주택에 살았고 소유하고 있는 승용차 두 대 중 한 대는 1억원이 넘었다고 적었다. 또 노건호씨가 1인당 이용료가 120달러가 넘는 골프장에도 종종 다녔다는 한 학생의 말도 담았다.

LG전자에 다니다 무급 휴직계를 내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던 노건호씨가 학생 신분으로 감당하기는 유학비가 너무 크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2009년 4월 10일 중앙일보 4면에 게재된 이 전 기자의 기사. 중앙일보 캡쳐

이씨는 페이스북 글에서 당시 기사 내용이 과장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노건호씨가 살던 집이 그다지 비싼 집이 아니고, 그 자동차는 그렇게 비싼 차가 아니며, 그 골프장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란 건 저도 알고 데스크도 모두 알았다. 하지만 어찌됐든 기사는 그렇게 나갔다”고 얘기했다.

이씨는 기사 내용을 과장한 이유에 대해 “조직은 사람과 달랐다.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진보는 부패의 크기가 아니라 부패했다는 사실 자체로 무너진다’는 말들이 우리를 움직였다”며 “조직과 사람 사이, 서로 다른 이념과 지향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 국민의 우상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제 손으로 무너뜨렸다. 매일, 매 순간, 그의 죽음을 인식하며 살고 있다. 평생 몇 번이고 계속해서 사죄하고 참회하며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9년 3월 16일 중앙일보 4면에 실린 이 전 기자의 중앙일보 기사 캡쳐

이씨는 2009년 3월 16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정부, 용산 유족에 위로금 주겠다’는 제목의 본인 기사도 언급했다.

이씨는 이 기사에서 용산구청과 경찰이 유족 측에 위로금 2억2000만원을 제안했고 유족 측이 정부 제안을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유족 측은 이 기사에 대해 “정부의 제안을 받은 적 없다.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며 반박했다.

이씨는 기사를 쓴 이유에 대해 “당시 데스크를 인간적으로 좋아했다. 그가 기죽어 있는 게 싫었다. 저를 신뢰하는 그를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어느 쪽에서 어떤 목적으로 생산한 정보인지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 그때 특종 한 방을 찾아 헤매던 저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또 “유족의 편에 섰던 법대 학생회장이 나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지만 사과할 때를 놓쳤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페이스북 글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씨가 거짓기사를 쓰도록 조종한 사람들을 수사해 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청원 작성자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고통을 받고 있다. 또 용산 유가족의 경우 재판 이후에도 허위기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며 “조속히 수사해서 허위기사 작성자들을 처벌해달라”고 적었다.

박준규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