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G20 동영상' 논란

임민혁 논설위원 2019. 7. 9.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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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들과 대표단은 녹초가 됐다. 오전 9시에 시작한 메인 세션에서 정상들은 점심·저녁을 앉은 자리에서 해결하며 자정까지 토론을 벌였다. '파리 동시 다발 테러'와 기후변화 이슈가 겹치면서 회의장에는 내내 긴장감이 넘쳤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사람은 "워낙 분위기가 뜨거워 자리를 비울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다자 회의는 전 세계 정상 수십 명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고 친분을 쌓는 자리다. 유엔 총회, APEC, ASEM 등 수십 건이 넘지만 그중 G20 분위기는 좀 특별하다고 한다. '각 대륙 대표국 모임'이라는 차별성 때문에 정상들의 참석률이 높고, 여타 회의와 달리 정상이 아닌 대리 참석자에게는 발언권도 주지 않는다. 2017년 함부르크 G20 때 일본 아베 총리 대신 앉아 있던 아소 다로 재무상이 발언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적도 있다.

▶G20에서도 수퍼파워인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거의 자리를 비우는 일이 없었던 오바마 대통령 때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정상들도 회의장에 내내 붙어 있었다. 전체 세션이 열리는 시간에는 가급적 양자 회담도 잡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회의장을 들락거리고, 이에 따라 다른 정상들도 과거에 비해 느슨해졌다고 한다. 2008년 G20 출범 계기가 된 금융 위기만큼 큰 글로벌 위기가 없다는 점도 분위기가 풀어지는 데 한몫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사카 G20 때 공식 회의 참석을 거의 안 했다는 유튜브 동영상이 지난 주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야당까지 나서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하자 청와대가 "가짜 뉴스"라며 발끈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안 보인 시간에는 모두 양자 회담을 했다"고 했다. 확인해보니 문 대통령은 행사 7건 중 4건에 불참했는데 양자 회담이 그 시간과 약간 겹치지만 공식 행사에 아예 참석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며칠 뒤 있을 '판문점 미·북 이벤트'에 신경이 쏠려 있어 G20에 소홀했을 것이라고 한다. 또 성격상 글로벌 정상들과 어울리기 힘든 문 대통령에게 다자 회의는 '고역'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다자 회의 문화에 잘 어울린 한국 대통령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 대통령이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국제 무대에서 좀 더 적극적·능동적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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