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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문재인-아베 싸움, 트럼프 누구손 들어줄까?

김세형 입력 2019.07.09. 06:03 수정 2019.07.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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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오사카)이충우 기자
[김세형 칼럼]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장에서 문재인-아베 간 8초간 냉랭한 악수 장면은 매우 불길했다.

과연 회의 종료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일본은 한국의 핵심인 반도체를 반신불수로 만들 수 있는 급소를 찔렀다.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3대 소재(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에칭가스)의 공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또 일본에서 수입한 화학소재가 한국을 거쳐 북한군 손에 넘어가 치명적인 살상무기 제조로 전용될 가능성을 의심하며 수출허가 절차를 면제해주는 화이트리스트(white list) 27개국 명단에서 한국을 빼겠다고 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한국이 유일한데 아베가 직접 북한 전용을 의심했으며 최종결정은 8월 중에 난다.

일본이 한국과 경제전쟁을 선포하기까지 수많은 복선이 깔려 있지만 직접적인 도화선은 작년 10월 30일 한일청구권협정 합의를 깬 대법원 판결이다.

일본제철, 미쓰비시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노동자에게 위로금 1억원씩을 지급하라는 것으로 늦어도 내년 초까지 강제압류와 매각이 집행될 처지에 놓였다.

일본의 입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게, 최종적으로 해결됐으며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 정부가 대신해서 일본에서 받아간 자금(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뱅크론 3억달러)으로 물어주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처럼 청구권협정 해석에 문제가 생길 경우 외교협의, 제3자중재 등으로 해결토록 협정 3조는 명문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는 대법원 판결 이후 문제를 해결하자고 숱한 '제의'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걷어차버렸다.

금년 1월 9일 외교 협의를 요청한 후 30일간 한국은 무대응했다.

2월 12일 주일대사관 공사를 외무성에 초치해 재요청을 했으나 한국은 불응했다. 지난 5월 20일 중재위 설치를 요청했지만 역시 불응했다.

이제 최종단계인 7월 18일까지 제3국 중재위 설치 요청에 응할지 데드라인이다. 한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보복은 확대될 것이고 8월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려 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7월 4일 TV에 출연해 "한국은 국제사회의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해주기 바란다"고 말하고 5일에는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다. 문 대통령은 대북 영향력이 없다"고 직접 도발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번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을 보면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다. 7월 21일 참의원 선거용이 결코 아니라고 본다. 한국은 당장 대응책이 없어보이며 상당히 오래갈 것 같다"고 말한다.

벼르고 벼른 아베가 한국에 본때를 보여주기로 작심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아베가 이렇게 벼른 데는 대법원 판결 문제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작용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전언이다.

사무라이의 본거지 야마구치 출신인 아베는 지난 5년간 한국의 대통령들에 의해 무시당해왔다는 개인적 분노가 크다고 한다.

2014년 1월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잘해보려고 다보스포럼 연설장에까지 가서 예고도 않고 5m 거리에서 15분간 경청하며 악수를 하려 했으나, 중간에 사람을 시켜 가로막아 만남이 무산됐다. 아베는 쓴맛을 삼켰을 것이다.

당시 미국의 버락 오바마가 걸핏하면 한국의 교육제도를 칭찬하는 등 박근혜의 위상이 높았으므로 아베는 위안부협상을 2015년 타결하면서 상당히 굽혔다.

총리 사과,일본정부 책임 인정, 예산(100억원)으로 재단설치 등 3대 조건을 들어주면서 비위를 맞췄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 어렵게 설치한 위안부재단을 해체 결정하고 미처 배급하지 않은 돈도 일본이 가져가라고 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30일 대법원전원합의부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강제징용(징용공) 피해자 4명이 낸 소송에서 위로금 각 1억원씩 4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마침내 나왔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 미쓰비시 등 자국 기업의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하니 일본도 급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소송이 줄지어 일어나고 최악의 경우 22만여 명이 소송을 해 대법원이 마찬가지로 승소판결을 해주면 총 2조원이상의 배상금이 필요하리란 분석마저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아베는 앞서 기술한 대로 금년 1월부터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며 청구권협정의 정신에 따라 한국 정부와 대안을 마련코자 했던 것이다.

한국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아베는 금년 3월 일본을 무시할 경우 취할 수 있는 10대 경제적 보복조치를 취합해 문예춘추라는 잡지에 슬쩍 흘렸다.

이 모든 신호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장관 팀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일본통인 이낙연 총리가 뭔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는 말도 들렸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G20 정상회의를 얼마 앞두고 우리 측이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얼마씩 걷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돈을 주자"는 안(案)을 제시했는데 일본은 1시간 만에 거절로 응수했다.

이로써 G20 정상회의 전에 타결을 기대했던 아베의 노력은 끝나고 그는 보복의 길로 가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

G20 정상회의장에서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8초간 얼음 악수를 한 순간에는 그의 눈은 파란 불꽃이 일었을지도 모른다.

막상 일본의 보복이 시작되자 강경화 장관은 "연구해보겠다"고 천하태평한 소리를 하고 이재용, 신동빈 회장은 일본으로 날아갔지만 총수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5개 그룹 총수를 만나고 문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들과 머리를 맞대본들 한국이 보복할 수단도, 그렇다고 없는 소재를 다른 나라에서 사들여올 방법이 없다.

재계는 "문제는 정부가 저질로 놓고 재벌 총수에게 무슨 묘책이 있겠느냐. 오라가라 한 게 일하는 데 더 방해가 된다"고 불쾌해한다.

한국이 이길 묘책은 글쎄, 반도체나 LED 수출제한 정도일 텐데 아베 측은 그 정도 수순은 이미 읽어둔 듯하다.

그럼 한국의 대응은 무엇인가.

이길 승산이 있으면 제대로 한판 붙는 것이고 방법이 없으면 확전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WTO 제소,국산품 대체, 수입 다변화를 제시하고 일부에서 '일제상품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걸 보면 "한판 붙자"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 전략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을까. 암만 봐도 없는 것 같다.

한일 간 경제전쟁은 국제사회에서 동조세력을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그렇다면 '한국의 논리'가 옳아야 하는데, 과연 자신 있는가.

대법원이 53년 간의 국제법 관례를 깨고 개인청구권을 승소케 한 판결은 마침 양승태 대법원장을 적폐로 몰고 사법농단 사건으로 이념파 대법관을 대거 포진시켜 김명수 체제에서 나온 재판이다. 그리고 양승태의 우려대로 한일 경제전쟁은 현실화됐다.

아베 총리는 "한국은 국제법을 무시하는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국제사회를 선동하는 형국이다.

현재까지 청와대 및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경제 실상을 하는 전문가가 본다면 도무지 통용 안 되는 발상들이다.

WTO 제소라고 하지만 WTO가 판결해도 작동이 안 되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지 오래다. 당장 업계는 소재가 없어 숨 넘어가는데 WTO 판결은 그나마 2년, 3년 한정 없이 질질 끈다.

일본 소재들은 100년이 넘는 비법에서 나온 것으로 대체수입이나 한국 자체 개발은 말이 안 된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뭘 갖고 오는지 지켜보자.

그래서 최종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여 아베 총리의 마음을 돌리는 게 그나마 상책일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냐고 외교가에 질문하면 이런 답이 돌아온다. "트럼프가 한국에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라 하면 거절하고 사드 배치도 제대로 안돼 있어 답답하다. 한국을 도울 생각이 지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고립무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기념촬영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오사카)연합뉴스
일본의 주장대로 제3자 중재, 그리고 ICJ(국제사법재판소)로 가면 한국의 대법원 판결이 깨질지도 알 수 없다.

국제관계 안정은 워낙 중요해서 조약을 깨뜨려야 할 사안을 판결하는 법원은 외교부의 전문의견을 반영하라는 아미커스 쿠리에(Amicus curiae·법정조언자) 조항이 있다.

대법원전원합의체가 판결 후 한일경제 전쟁 이후 충격을 충분히 감안했는지 대법관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싶다.

현 상황은 정치에서 불꽃이 일어 사법부 판결로 확대된 다음 경제실물에 광범위하게 불길이 번진 것이다. 기업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해결책은 일본이 보복을 멈추게 하는 일이다.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역사와 경제를 정치로 끌어들인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결자해지 해야 한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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