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發 기술생태계 확장..脫일본 시작됐다

유인호 2019. 7. 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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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박소연 기자] "일본이 노린 것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한 소재ㆍ부품 기술력이다".

국내 반도체 회사 한 임원은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3개만 수출 규제를 했는 데도 불구,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진 것은 그간 일본과 미국 기술력에 의존해왔던 한국의 반도체 산업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삼성전자가 2013년 부터 학계와 함께 반도체 소재 및 소자ㆍ 공정 기술 개발에 나선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삼성전자가 9일 관련 분야 연구 과제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한 것은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더 이상 일본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제 삼성전자가 반도체 소재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지 않을 경우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 유지와 함께 '2030년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도 어려워 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韓 원천기술 강화 =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로봇 등과 관련된 원천기술 지원 계획을 밝힌 것은 첨단 소재 부품 등을 볼모로 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강화되는 현 상황에서 국내 기술 생태계 강화를 위한 유의미한 조치다. 국내 소재 및 장비 기술력 강화에 대기업의 자본과 인프라를 활용해 강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국가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파생되는 후방효과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 생태계를 키우는 한편, 일본으로 대표되는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적 종속에서 탈피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삼성이 선정한 연구과제를 들여다보면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100층 이상 집적하기 위한 신규 소재(송윤흡 한양대학교 교수)▲이온 이동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연구(윤태식 명지대학교 교수)▲OLED 청색 발광 소재의 효율 한계를 극복(김태경 홍익대학교 교수)▲로봇 피부에서 압력, 온도, 거리, 진동 등을 감지하는 말초신경계 광섬유센서 개발(김창석 부산대학교 교수)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센서 등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초과학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다.


낸드플래시 적층 연구는 회로를 100층 이상 쌓아 기존 낸드플래시가 가진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전압을 줄이는 절연체를 사용하는 등 메모리층과 채널층을 각각 새로운 소재로 대체한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는 기존의 전하 저장형 동작원리를 갖는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소자 연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이번 연구과제를 선정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국가 기초 과학 발전을 위한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탈(脫) 일본, 소재 국산화 가속 = 불화수소, 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일본산 단 3개의 품목의 수입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가 '쇼크' 상태에 빠진 것은 한국의 산업구조가 양적 성장에만 의지해 온 결과다. 완제품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핵심 소재 부품은 외국산에 의존해야 하는 치명적 결함을 가진 구조로 성장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도 50%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중에서 전공정 소재 부문에서 국산화 비중이 46%로 후공정 소재(56%)에 비해 낮다. 노광 공정에서 포토마스크의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 대비 35%에 불과하며 원천기술이 부재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우리 정부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업계는 일본 정부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모멘텀으로 삼아 원천기술 개발과 소재 국산화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부 소재는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핵심 소재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감광액은 미국 다우케미컬과 한국 금호석유화학, 동진쎄미켐, 동우화인켐 등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동진쎄미켐은 1993년 감광액을 국산화했고, 삼성전자가 지분투자까지 했기에 유사시 조달이 가능하다.


불화 폴리이미드 역시 현재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되지만 코오롱인터스트리가 양산 설비를 갖췄고, 하반기에는 SKC, SK이노베이션이 각각 생산설비 상업가동을 준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 팀에서 신규 거래선의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해 최대한 전략 노출을 자제하고 있지만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수출 규제가 발동됐다고 해서 당장 죽으란 법은 없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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