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말바꾸기' 법적책임 없다지만.."정치·도덕적 치명상"

손인해 기자,서미선 기자 2019. 7. 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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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법 위증 처벌규정 없어..野 "자진사퇴" 촉구
윤대진 "소개는 내가, 尹 무관" 해명에 논란 더커져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2019.7.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서미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이 윤 후보자 임명의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당장 야권이 윤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도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현행 인사청문회법상 위증 관련 규정이 없는 만큼 윤 후보자가 법적 처벌은 피하더라도, 국민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청문회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면서 입은 정치적·도덕적 상처가 크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논란의 발단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친동생이자 윤 후보자와 막역해 '소윤(小尹)'으로 불리는 윤대진 검찰국장이 9일 책임을 자처하며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 오히려 '악수(惡手)'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청문회에서 쟁점이 된 윤 후보자를 둘러싼 사건은 2012년 윤 전 세무서장이 육류 수입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가 이듬해 국내로 송환돼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된 사안이다.

의혹의 핵심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였던 윤 후보자가 이 사건에 개입했는지 여부였다. 청문 과정에서 윤 후보자가 사건에 개입한 증거나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야당은 윤 후보자가 윤 전 세무서장에게 대검찰청 중수부 출신인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해줬는지 여부를 물고 늘어졌다.

이 변호사가 윤 전 세무서장에게 '윤 과장의 말씀 듣고 연락드린다'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여기서 윤 과장이 대검 중수부 과장을 지낸 윤 후보자를 지칭한 아니냐는 것이었다.

변호사법은 현직 판·검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하는 사건이나 직무상 관련 있는 사건에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 다만 사건 당사자가 친족인 경우에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윤 후보자가 아니라 윤 서장의 친동생인 윤 국장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윤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변호사를 소개해 준 적 없다"며 전면 부인했으나 막바지에 이르러 자신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내용이 담긴 육성 파일이 공개되자 "통상 변호사를 소개하면 선임 시켜 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제가 변호사를 선임 시켜 준 것은 아니다"고 답변을 바꿨다.

윤 후보자의 말바꾸기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묻는 게 아니고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있나'라는 사실을 묻는 말에 '선임이 안 됐으니 법률적으로 소개가 아니다'고 대답한 걸 누가 받아들이겠나"고 꼬집었다.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2019.7.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윤 후보자의 이같은 위증 논란에도 인사청문회법은 공직 후보자의 허위 진술에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반면 국회증언감정법은 증인이나 감정인이 서면답변을 포함해 허위 진술이나 감정을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법조계에선 후보자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속이더라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어 인사청문회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아울러 형법상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자기부죄(自己負罪) 강요 금지 원칙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갈린다.

이에 앞서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공직후보자가 허위진술을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법적 처벌 가능성과 별개로 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권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일제히 윤 후보자를 '부적격'이라고 못 박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곧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윤대진 국장이 이날 '대윤(大尹)'을 지키기 위해 내놓은 해명도 윤 후보자의 위증 논란에 더해 진실공방으로 사건을 키우는 모양새다.

윤 국장은 이날 오전 기자단에 "이남석 변호사는 내가 중수부 과장할 때 수사팀 직속 부하였다"며 "소개는 내가 한 것이고 윤석열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윤 후보자가 그렇게 인터뷰를 했다면 나를 드러내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부연했다.

이 변호사 역시 "2012년 윤대진 과장이 '윤우진 서장이 경찰 수사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또 그 수사배경이 좀 의심스럽다. 윤 서장을 만나 얘기 좀 들어봐 달라'고 하면서 윤 서장을 소개해줬다"고 밝혔다. 또 "윤 서장을 만나보니 매우 상태가 심각해 한동안 윤 서장에 대한 말 상대를 해주고 경찰에 대한 형사 변론은 하지 않았고 그래서 경찰에 선임계도 내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두 사람의 주장처럼 윤 국장이 이 변호사를 윤 전 세무서장에게 소개한 것이 사실이라도 윤 후보자는 2012년 언론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한 게 된다.

재경지검의 또 다른 검사는 "윤 국장의 해명으로 사건이 오히려 커졌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그래도 윤 후보자를 임명하겠지만 야당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공격 포인트가 형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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