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수 조언 "한·일 반도체갈등, 승자는 中인 이유는.."

김성은 기자 2019. 7. 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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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나이 아츠시 와세다대 교수 지적
韓 반도체 앞서지만 부품은 日 우위
공조 균열은 '제조2025' 중국에 기회
오사나이 아쓰시 일본 와세다 경영대학원 교수/사진=와세다 경영대학원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각기 다른 장점, 다른 기술을 통합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현재의 갈등이 장기화되면 오랜 시간 구축해온 공통의 장점을 잃게 될까 두렵다."

오사나이 아쓰시 일본 와세다대 경영대학원 교수(46)는 지난 5~8일 머니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소니에서 다년간 일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 와세다대 경영대학원에서 하이테크 산업 내 기술 및 혁신 관리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그는 앞서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본과 한국의 제조업 분야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일본 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로부터 유일한 승자는 중국일 것"이라고 분석해 국내외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발언의 배경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정치적 해석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그는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반도체 측면에서) 각자 특화된 장점을 통합시켜서 사실상 같은 산업 클러스터(industrial cluster) 내에서 공통의 이윤과 이익을 추구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이 같은 국제적인 장점은 그동안 한일 경제협력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같은 국가 프로젝트를 앞세워 하이테크 산업에서 한국, 일본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길 원한다"며 "한일 관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만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제조업 내에서도 '종합 예술'이라 일컬어지는 분야다. 반도체 하나를 생산해내는 데에는 단순히 웨이퍼를 찍어내는 작업뿐 아니라 설계, 장비, 소재, 화학 등 숱한 연관 산업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을 꺾고 메모리 반도체 1등이 된 것은 20년도 넘었지만 '반도체 생산' 자체를 둘러싼 연관 산업은 여전히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한일은 오랜 기간 공생의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 공생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누구보다 바라는 것이 중국일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05년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의료, 바이오, 로봇, 항공우주, 반도체 등 총 10개 첨단제조업 분야를 육성한다는 정부 방침을 내걸었다. 특히 반도체에 이 기간 1조위안(약 171조원)을 투자해 20% 미만인 중국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계획은 야심찼지만 한국의 초격차 기술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2016년 세워진 중국 반도체 국영기업 푸젠진화는 최근 공장 일부 매각을 타진중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왔고, 같은 D램 분야의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M&A 시도와 같은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반도체 업계의 갈등은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전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게 오사나이 교수의 판단이다.

다만 오사나이 교수는 이번 규제로 인한 피해는 당분간 일본 경제보다는 한국에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경제의 70%는 중견, 중소기업에 기대고 있어 한국처럼 대기업 의존도가 크진 않다"며 "특히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일본이 한국에 비해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6%이고 일본은 20.7%다.

오사나이 교수는 또 "몇몇 일본의 특수 자재 공급업체들은 영향을 받겠지만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들에게 한국뿐 아니라 대만과 같은 다른 시장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일본이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한국의 가장 아픈 곳을 때렸다'는 분석들과도 상통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한국이 역으로 일본 TV 업체들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같은 부품 수출을 제한한다면 일본 역시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이 역시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게 오사나이 교수의 생각이다. 현재 TV용 OLED 패널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오사나이 교수는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그간 보도들에 비춰보면) 삼성전자는 수년간 OLED TV를 제조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역시 그런 삼성전자를 따라 OLED를 버리고 프리미엄 LCD TV를 생산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과 한국의 우수한 기업을 나 자신도 존경한다"며 "더 큰 국제 경쟁에 직면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는 더 협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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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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