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검찰 '재일동포 간첩 조작' 피해자에 무죄 구형

입력 2019.07.09. 18:46 수정 2019.07.11. 15:06

9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심리로 열린 '재일동포 학원 간첩단 사건' 재심 공판.

검찰이 김오자(69)씨의 무죄를 구형했다.

김씨가 박정희 정부 시절 중앙정보부에 의해 '재일동포 간첩'으로 몰린 지 44년 만이다.

"김오자씨에 대해 무죄를 구형합니다." 고문 후유증으로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끼는 김씨는 이날 검찰의 무죄 구형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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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억울한 수감 김오자씨 재심
부산대 유학 중 중앙정보부 끌려가
고문 시달리다 허위 자백해 복역
문 대통령, 지난달 방일 때 사과
김기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의 1975년 재임 때 모습.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9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심리로 열린 ‘재일동포 학원 간첩단 사건’ 재심 공판. 검찰이 김오자(69)씨의 무죄를 구형했다. 김씨가 박정희 정부 시절 중앙정보부에 의해 ‘재일동포 간첩’으로 몰린 지 44년 만이다.

1975년 11월22일 김기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은 ‘재일동포 학원침투 북괴간첩단’ 사건을 직접 발표했다. 김 부장은 “북괴의 지령으로 유학생을 가장해 국내에 잠입한 북괴 간첩 일당”이라며 재일동포 13명을 포함해 대학생 2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붙잡힌 이들 중에는 부산대 사학과 73학번 재일동포 김오자씨와 김씨에게 ‘포섭’됐다는 대학생 김정미, 노승일, 박준건씨 등이 있었다.

2019년 4월18일 열린 1차 공판에서 피고인석에 선 김씨는 44년 전 대공분실에서 당한 고문을 고통스럽게 떠올렸다. “너는 간첩이다. 그러니 마땅히 죽어야 한다.” 김씨가 대공분실에서 들은 첫마디였다고 한다. “다짜고짜 제 양쪽 뺨을 힘껏 9번 때렸습니다. 그때 이후로 왼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폭력과 협박이 밤늦게까지 이어져 자살하려고 치약을 입에 넣었으나 삼키지 못했습니다.” “고문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혹시나 성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지만 치욕스러운 고문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고문과 협박 끝에 김씨는 “자신들이 말하는 대로 진술하면 일본으로 보내주겠다”는 회유에 넘어가 혐의를 자백했다. 회유는 거짓말이었다. 김씨는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가석방될 때까지 9년을 감옥에서 살았다.

“김오자씨에 대해 무죄를 구형합니다.” 고문 후유증으로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끼는 김씨는 이날 검찰의 무죄 구형을 듣지 못했다.

“법정에서는 검찰 무죄 구형을 못 들으시고, 법정에 나오고 난 후에야 말씀드리니까 우시더라고요.” 김씨의 변호를 맡은 이상희 변호사가 말했다.

김씨의 재심사건 선고공판은 다음달 22일로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 4월 법원은 김씨와 함께 기소됐던 김정미, 노승일, 박준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오사카 동포 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을 사과했다.

임재우 장예지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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