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님'이라고요?..저는 '노예'였습니다

양민철 입력 2019. 7. 9. 21:30 수정 2019. 7. 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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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님이 아니라 노예였다."

서울의 한 사찰에서 30년을 지내온 한 중증 지적장애인 남성이 밝힌 사연입니다.

그동안 겪은 일도 기가 막히지만, 경찰에 고소해도 처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양민철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사찰입니다.

올해 53살의 중증 지적장애인 A씨는 이 절에서 무려 30년 넘게 생활해오다, 지난 2017년 이 곳을 떠났습니다.

계속된 노동 착취와 주지 스님의 폭행 때문에 절을 떠났다고 합니다.

[A 씨 : "마당도 쓸고 그리고 잔디밭에 풀도 뽑고 눈오면은 눈도 치우고... 절에는 인부들을 안 사고요, 스님들이 일을 다하고 그랬어요."]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1시가 넘도록 일했습니다.

말만 스님이었을 뿐, 수행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고, 보수도 한 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주지 스님의 상습적인 폭행.

[A 씨 : "일도 빨리빨리 안 한다고 꼬집고 수 차례 따귀를 때리고 발로도 수 차례 때리고, 옷 입은 데도 꼬집고..."]

사찰을 나온 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주지스님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결과는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이었습니다.

오히려 주지스님 측이 A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약식 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노동 착취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찰 관계자 : "방 청소 다해 주고 빨래도 다해주고 아무것도 못하니까. (A 씨가) 그냥 하는 건 염불하고 기도하고 소일거리, 청소하고 그런거나 하지 무슨 일을 얼마나 하겠어요."]

장애인단체들은 사찰에서 상습적인 노동 착취가 있었다는 A씨의 진술을 경찰이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장 제출과 함께 재수사를 촉구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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