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방해' 회의록 관리..홍남기 "단순 정리, 발언권 없었다"

이혜리·박은하 기자 입력 2019. 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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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도의적 책임’ 공식 질의에
ㆍ“정부 제 역할 못해 가슴 아파”

“세월호 특조위가 세월호 사고 당일 VIP(대통령) 행적을 조사안건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소위에서의 논의절차도 문제가 큰 만큼 해수부·특조위 부위원장·여당 추천위원들 간 긴밀히 협의, 동건이 채택되지 않도록 대응할 것.”

2015년 10월30일자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회의록이다. 지난달 25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민철기 부장판사)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이 전 비서실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여러 개의 실수비 회의록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했다. 회의록들은 특조위의 독립성을 해치는 내용으로 위법한 목적하에 작성됐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대통령에게도 보고되는 실수비 회의록을 관리하고 청와대 내에 공유하는 역할을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홍남기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다. 홍 부총리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었다. 회의록 관리자로서 홍 부총리도 최소한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특조위 방해를 논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위법한 행위를 모른 체한 점이 확인된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은 1·2급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이다.

경향신문은 1심 판결 선고 직후 홍 부총리에게 공식 질의했다. 당시 특조위 방해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는지, 참사 유가족들에게 미안함이나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지 물었다.

보름 만인 9일 홍 부총리는 “기획비서관의 역할은 회의 결과를 정리해 문서로 보고드리는 것이었다”며 “(회의 내에서) 발언권·보고권이 없었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논의결과를 축약·정리하는 과정에서 결과 취지에 부합하는 일부 개조식(번호로 매겨 단어·요점 정리) 단어는 쓸 수 있었으나 기획비서관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는 아니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세월호 사고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불행한 사고였다”며 “당시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때문에 늘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유가족분들의 고통을 함께한다”고 말했다.

장훈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시민이 길을 가다가 깡패에게 두들겨 맞을 때 경찰이 옆에 있었다면 신고를 안 해도 말려야 되지 않느냐”며 “수동적인 협력자, 방관자라고 해서 책임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미흡해 전면 재수사를 통한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혜리·박은하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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