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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日수출규제 일주일 '허가 0건'.."기약없이 서류작업"

심재현 기자 2019. 7. 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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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업체도 정부 눈치에 신청 꺼려..삼성·하이닉스 생산차질 초읽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 시행 일주일 동안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규제대상 소재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 이전엔 수출절차에 길어야 일주일 정도가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부 재고소재가 이르면 2~3주 안에 소진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생산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수출허가 3개월 땐 타격 불가피=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요한 포토리지스트(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한 뒤 이날까지 한국으로의 수출이 허가된 사례가 0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사실상 수출이 중단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심사절차를 이유로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소재업체 한 인사도 "수출규제 이전까지는 일주일이면 허가가 났는데 이달 들어 진행되는 사안이 전무하다"며 "하루하루 줄어드는 재고현황을 볼 때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고 말했다.

이들 3개 소재는 그동안 일본 소재업체에서 한국기업에 수출할 때 한 번만 포괄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3년 동안 개별계약에 대한 심사를 면제받았던 품목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수출건별로 제품명, 판매처, 수량 등을 기재한 계약서는 물론, 사용용도와 한국 수입처의 실체 여부 등을 확인·증명하는 관련 서류를 경제산업성에서 하나하나 심사받아야 한다.

수출허가 신청은 일본기업이 하지만 경제산업성이 제품의 사용용도가 적절한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없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군사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서약서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서도 준비해야 할 서류 작업 부담이 늘었다. 일본 경제산업성 고시에 따르면 당초 3건이었던 첨부서류가 9건 이상으로 늘었다.

한일관계가 강대강 대치 국면을 그리면서 업계에선 경제산업성이 공언한 90일의 심사기간을 모두 채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화이트 국가'(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 주는 우대국가)가 아닌 중국의 경우 개별 건마다 한 달에서 한달 반 정도 심사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지연이 발생하는 데는 일본업체들의 정부 눈치보기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허가를 신청해야 할 일본업체들이 신청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장기집권 중인 아베 신조 내각이 오는 21일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한국으로의 수출규제를 전면에 내건 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일 물밑 해법 모색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현지 기업인들과 접촉, 일본업체의 해외공장을 통한 우회공급 등을 타진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에 양해를 구하고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30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에 불참한 채 일본에 머물고 있다.

◇ 삼성전자 비메모리 패권 전략도 암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당장 물량 면에서 포토리지스트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의 90% 이상을, 에칭가스의 4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해온 데다 일본 외에는 대체공급처를 구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품질 면에서도 반도체 기판을 회로대로 깎아내는 데 쓰이는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 스텔라에서 내세우는 '12N'(12nine, 숫자 9가 12개라는 표현으로 99.9999999999%의 순도를 의미) 소재가 아니면 반도체 생산수율(합격품 비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193나노 파장의 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용 포토리지스트 등이 예전처럼 정상 수입되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서 D램, 낸드플래시 생산 차질을 걱정하는 게 이 때문"이라며 "반도체 공정상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수백종의 화학물질 가운데 한가지만 떨어져도 전체 공정이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수출규제 품목은 △불소 함유량이 전체 중량의 30% 이상인 불화수소 △불소 함유량이 전체 중량의 10% 이상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1나노(㎚, 1㎚는 10억분의 1m) 초과 193나노 미만 파장의 노광장비(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에 쓰이는 포토리지스트 등이다.

수출규제 대상에 1나노 초과 193나노 미만 파장의 노광장비에 쓰이는 포토리지스트가 포함되면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등을 골자로 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 차질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지난 4월부터 극자외선(EUV, 광원 파장 13.5나노) 노광장비를 이용해 7나노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시작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암초를 만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중 일본 도쿄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일 당국자 협의에 기대를 걸지만 사태가 수습될지는 불투명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주 일본 정부가 우리의 양자 협의 요청에는 당장 응하기 어렵지만 만날 의사는 있다고 전해왔다"며 "참석자와 시기, 의제 등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약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어 국내생산소재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물량이나 품질 모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양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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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세종=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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