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강경 대응한다며 '새로운 친일파' 비난한 여당 특위, 일각선 "글쎄.."

하준호 2019. 7. 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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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라. 패망한 일본 제국주의의 전철을 밟지 말라.”(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

11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의실에선 일본을 향한 날 선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 8일 당 최고위원회 의결로 출범한 민주당 일본경제보복대책특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일본경제보복대책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욱·김병기·추미애 의원, 이 대표, 최재성 특위 위원장, 이수훈 전 주일대사. [뉴스1]
포문은 이해찬 대표가 열었다. 마이크를 고쳐 잡은 이 대표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일본의 ‘비정상적’ 수출규제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경제 보복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보복 행위입니다. 한국의 삼권분립과 한·일 우호 관계,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의 자유무역 합의를 흔드는 ‘비상식적’인 것입니다.”

최재성 특위 위원장은 일본의 이번 조치를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견줬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과 언론까지 단일대오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이수훈 전 주일대사도 “외교적 갈등이 있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우리 국민의 단합된 모습”이라며 “정치권에서의 분열, 언론을 통한 분열은 이런 상황에서는 적(敵)”이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보복대책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최재성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위는 ▶전략 ▶산업·통상 ▶외교·안보 등 세 개 분과를 두기로 했다. 각각 임종성·권칠승·김병기 의원이 분과장을 맡았다. 최재성 위원장은 “경제 대 경제의 단선적 대응뿐 아니라 위안부·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 다국적 정보기술(IT) 산업 생태계, 동북아·북한 문제 등 다른 카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전방위 대응법도 시사했다.

특위 간사를 맡은 오기형 변호사는 특위의 기본 방향에 대해 “(비공개회의에서) 원칙적·적극적 대응과 초당적 대응이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특위를 운영하자는 얘기가 있었다”며 “각자의 채널을 통해 일본 측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한국 정부와 기업의 얘기도 폭넓게 청취해 진단부터 하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의에서 쏟아진 강경 발언에 대해선 우려의 시각이 있다. 이날 회의에선 “아베 정권의 교활한 작전”(추미애 의원), “일본 정부의 헛발질”(김병욱 의원), “일제강점기처럼 한국 치고, 진주만 때처럼 미국 등치고 싶은 것이냐”(김 전 원장)는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특히 김민석 전 원장은 정부의 선제 대응 미흡과 관련, 비판적인 입장인 일부 야권과 언론·지식인층을 겨냥해 “아베가 잘못했는데 왜 문재인 정부 탓을 하느냐”며 ”이들은 태극기와 경제 논리로 위장한 새로운 친일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 종종 표출되는 ‘정부의 대일 접근법 비판=토착 왜구’식 사고다.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냉정하게 대응할 시기에 감정적인 발언이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신각수 전 일본대사는 “일본에 대해선 여야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올바른 방향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야당과 언론의 비판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그것을 마치 친일인 것인 양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은 여권 일각에서도 관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민주당 의원은 “할 말은 하되, 기본적으로 외교 문제인 만큼 신중한 태도로 정부와 보조를 맞춰 정책적 대안을 내는 데 집중했으면 한다”고 고언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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