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인선의 워싱턴 Live] "미국 전문가들, 이번 韓日 갈등은 한국이 시작했다고 보는 쪽 많아"

강인선 기자 2019. 7. 1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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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CSIS 일본 석좌
"갈등 장기화 땐 한국이 최대 피해.. 트럼프는 한일관계에 관심 없어
아베, 오사카 G20 회의 당시 文대통령 만나지 않은 건 잘못"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지난 8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한·일 갈등이 장기화되면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었던 그린 부소장은 워싱턴의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로 CSIS 일본석좌이기도 하다. 일본의 입장을 미국에 가장 잘 설명하는 전문가란 평을 듣는다.

그린 부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요즘 워싱턴에선 한·일 관계 악화가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중국이 아시아의 미 동맹국들을 갈라놓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워싱턴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원죄는 일본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이어진) 갈등 상황은 한국이 시작했다고 보는 쪽이 많다"고 말했다.

美 전략국제문제硏 선임부소장

그린 부소장은 "경제적인 면에서 일본이 한국에 의존하는 것보다 한국이 일본에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 (한·일 각각의)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약화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은 (만일 그렇게 해야 한다면) 일본보다는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필요성을 강하게 옹호해왔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이 그런 역할을 중단하면 일본 안보에도 해롭겠지만 결국 한국도 입지가 좁아진다"고 했다.

그린 부소장은 "이런 우려는 워싱턴의 외교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로,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동맹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동맹국들 사이가 나빠지면 오히려 자신의 지렛대가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달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되고 곧이어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서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과 관련, 그린 부소장은 "한·일 양국 모두 상황 관리에 '전술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위원회 구성 등을 통한 '일단 멈춤'이 필요했다고 봤다. "타협을 위한 정치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잠시 멈춤이 필요했는데도 한국 정부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오사카 G20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다른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문 대통령과는 만나지 않음으로써 "긍정적인 외교적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점은 일본이 비판받을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 중재에 나설 수 있을까. 그린 부소장은 "미국이 한·일 사이에서, 그것도 공개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누군가가 공개적으로 한·일을 오가며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언론을 상대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은 어느 한쪽의 체면을 상하게 하지 않고는 어렵다. 미국은 한·일 양국과 각각 역사적인 관계가 있다. (섣불리 관여했다가) 미국은 양국으로부터 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이 막후에서 조용히 한·일이 창의적인 해법을 찾도록 촉진자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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