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협의체 與 을지로위, 진짜 약자편인가 선거용인가
지난 2월 靑·정부 가세한 지 5개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 적극 추진
"특고 등 비정규직 문제 집중할 것"
더불어민주당에는 '을지로 위원회'라는 게 있다. 야당 시절이던 2013년 5월, '을(乙) 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란 명칭으로 처음 발족했는데,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불공정한 갑을(甲乙) 관계를 개선해 제대로 된 경제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는 영업점에 대한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행태 등이 문제가 되면서 '갑질 근절'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 때였다. 서울 을지로와는 관련이 없다.
출범 초기엔 제1 야당의 민생 이슈 발굴 기구 성격이 짙었다면, 정권이 바뀌고 난 뒤 올 2월부터는 명실상부한 당·정·청 협의체로 업그레이드됐다. 공식 명칭은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 1호 공약으로 ‘범정부 을지로위원회’를 내걸었고,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 당·정·청 협의회로 바꿔 운영하기로 했다.
을지로위는 5대 분야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박홍근 을지로위원장은 “'을'을 위한다는 목표에 걸맞게 자영업자· 비정규직·중소기업인 문제를 주로 다룬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출범 후 5개월간 거둔 구체적 성과로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대책 마련을 꼽았다. 그는 “치킨집이나 편의점, 화장품점 등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본사와 상생 협약을 맺도록 하는 법안이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정부부처를 투입해 치킨 업종 10년 이상 장기점포 계약갱신 현황, 근접출점 자제 내용을 담은 편의점 자율규약 실태 등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화장품점과 관련해서는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되는 면세품을 적발해 관세청에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 사건 이후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더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을지로위는 올 4월부터 고용부를 투입돼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계약관계를 조사했고, 현재는 방통위·노동부·문체부·공정위 4개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택배기사와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신용카드 모집인 등 특수형태 고용(특고) 근로자 문제도 손을 댈 계획이다. 특고 근로자 문제는 직업군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라 일괄 해결이 쉽지 않다. 당·정·청은 직업군 맞춤 해결을 위해 퀵서비스 기사·대리운전기사(국토부), 대출모집인·신용카드 모집인(금융위), S/W 개발자(과기부), 웹툰 작가(문화부) 등으로 전담 부처를 나눠 표준계약서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을지로위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다양하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풀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동시에, 총선용 이벤트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다. 박 위원장은 “당내 기구였던 때와 달리 공적으로 청와대 및 관계부처와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니 훨씬 더 시스템이 갖춰지고 업무분장이 잘 된다”고 전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지난 11일 당 비공식 회의에서 “그동안 숱한 당정회의를 해봤지만 을지로위만큼 유익한 회의는 보지 못했다”고 추켜세웠다고 한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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