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勞 갈등에 '팰리세이드' 증산 제동.. 기다리다 지친 고객 2만명 계약 취소

윤형준 기자 2019. 7. 1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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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울산4공장 노조, 2공장 생산반대 "생산 물량 나누면 임금 깎인다"
현대차의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팰리세이드의 국내 계약 취소분이 2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년 가까이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공급 부족이 심각하자,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이 계약을 취소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증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노조원의 반대 등으로 좀처럼 공급 물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팰리세이드의 국내 누적 계약 물량은 9만6600여 대다. 이 중 3만4600여 대는 이미 출고돼 소비자에게 전달됐지만, 출고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한 소비자가 2만1700여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밀려 있는 주문도 3만5000여 대에 달한다.

팰리세이드가 품귀 현상에 시달린 것은 올 초부터다. 이에 현대차는 노조에 증산을 요구했고, 노조는 지난 4월 월간 생산량을 기존 6200여 대에서 8600여 대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산 물량이 부족하자, 현대차는 지난 6월 기존 울산 4공장 외에도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추가로 생산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 집행부 측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이번엔 4공장 노조 대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생산량을 2개 공장이 나눠 가지면, 4공장 근로자의 특근 일수가 줄어 임금이 감소한다는 이유였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2일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협의했지만, 팰리세이드 증산을 위한 합의에 실패했다. 증산 문제가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팰리세이드 물량 부족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팰리세이드 판매에 들어간 미국 시장에서도 계약 물량이 3만대를 넘어서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는 월 8600대의 생산 물량 중 5000대는 미국에, 나머지 3600대는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추가 구매계약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계약돼 있는 국내 물량 소화엔 1년 가까이, 미국 시장 물량 소화에는 반년이 걸리게 된다. 앞으로도 국내외 시장에서 계약 취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통한 매출 증대를 꾀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노조 동의를 얻어야만 공장별 생산 모델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대차 단체협약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대차 단협에는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조정하려면 노조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시장 상황이 아무리 급격히 바뀌더라도 사측은 노조 동의라는 족쇄에 묶여 적극적 대응을 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추려면 모델별 생산량도 수시로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선 노조 반대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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