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튜브형 자전거도로..서울시 내년 '자전거 하이웨이' 구축

보고타(콜롬비아)|고영득 기자 입력 2019. 7.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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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시가 차로를 축소하고, 도로 상부에 공간을 만들어 자전거가 막힘 없이 시내를 달릴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새로운 ‘보행 친화도시’ 전략을 내놨다. 동서로만 이어졌던 자전거도로망을 남북으로도 이어 서울을 사통팔달로 연결하는 ‘자전거 하이웨이’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차 없는 거리’를 운영 중인 콜롬비아 보고타 시클로비아 현장에서 “사람 중심의 자전거 혁명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매주 170만명이 이용하는 시클로비아는 ‘자전거 길(ciclo+via)’이란 뜻의 스페인어로, 일요일마다 보고타 주요 간선도로(총 120㎞)가 7시간 동안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등에게 개방된다. 승용차 의존도를 낮춰 교통혼잡과 대기질을 개선하고, 빈부격차가 심하지만 누구나 평등한 도시라는 공감대를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1982년 시작됐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시장이 14일(현지시간) 오전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Ciclovia)’ 현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 시장은 “많은 도시가 꿈꿨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혁신적 공간 활용을 통한 서울형 ‘자전거 하이웨이(Cycle Rapid Transportation·CRT)’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있지만, 버스중앙차로 등 기존 시설물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 언급대로 차로를 줄이는 데 대한 시민 불만을 감안하면 서울형 CRT는 차로 축소보다는 새로운 자전거 이동공간을 만드는 데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박 시장이 밝힌 서울형 CRT는 보도형과, 캐노피형, 튜브형, 그린카펫형으로 나뉜다. 보도형은 차로를 줄이고 자전거가 차량에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시설물을 만드는 형태다. 캐노피형은 교통량이 많은 도심의 버스중앙차로 위에 별도로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튜브형은 한강 다리 등 기존 시설물 하부나 측면에 튜브형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전망을 즐기고 비도 피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그린카펫형은 자전거도로 주변에 나무를 심어 도심 속 녹지공간으로 기능하게 된다.

지금껏 자전거도로는 차도 옆 일부 공간을 할애한 ‘더부살이’ 형태였다. 반면 CRT 구상은 차량이나 보행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자전거만을 위한 전용도로를 마련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한강 교량을 활용한 테마가 있는 자전거도로망도 조성한다. 가양대교(서울식물원~하늘공원), 원효대교(여의도공원~용산가족공원), 영동대교(압구정로데오거리~서울숲)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관광과 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구조물을 개선해 자전거도로 접근성을 높인다. 문정, 마곡, 항동, 위례, 고덕강일 5개 지구는 생활권 자전거 특화지구로 조성해 각종 개발사업과 연계해 총 72㎞에 달하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도 집중 설치해 출퇴근을 돕는다.

차 없는 거리도 전면 확대한다. 관광객과 쇼핑객이 많은 이태원 관광특구나 남대문 전통시장 등을 ‘차 없는 존(ZONE)’으로 특화한다. 사람 발걸음이 많아지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했다. 잠수교, 광진교 등 한강 교량도 정기적으로 ‘차 없는 다리’로 운영할 방침이다. 따릉이 서비스도 업그레이드한다. 구릉지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해 전기따릉이 1000대를 시범도입하고, 운영주체도 민간까지 확대해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고장난 따릉이를 보다 신속히 관리해 하자율을 낮추고 이용률을 높일 방침이다.

일요일인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 시클로비아에서 시민들이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다. 고영득 기자

일요일인 이날 오전 박 시장은 숙소에서 자전거를 타고 차 없는 도로 2㎞를 달려 브리핑 장소인 비레이공원에 도착했다. 도로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뿐만 아니라 개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탄 시민들이 차 없는 길을 누비며 휴일을 만끽했다. 박 시장은 “사통팔달 CRT를 중심으로 한 사람 중심의 자전거 혁명을 통해 서울을 자전거 천국이자 사람이 편한 도시, 미세먼지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모범적인 모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내년까지 서울형 CRT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고타(콜롬비아)|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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