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목사님은 어떻게 60억을 모았을까?..헌금 재테크 취재기

정연욱 입력 2019. 7. 15. 16:25 수정 2019. 7. 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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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의 육탄 방어...취재진에 "입 다물어요!"

지난 금요일(12일) 오전 9시 30분, 성락교회 김기동 원로목사가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습니다. 목회활동비 60억여 원을 횡령하는 등 교회재정에 100억여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에 대해 법원이 1심 선고를 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한때 출석교인이 10만 명을 넘었다던 대형교회 원로목사답지 않게, 김기동 목사는 잔뜩 움츠러든 모습으로 법원 로비에 들어섰습니다. 취재진으로부터 김 목사를 보호하기 위해 동행한 신도들 십여 명이 우산을 펼쳐들고 김 목사를 가리는 진풍경도 펼쳐졌습니다. 신도들은 질문을 시도하는 기자들을 온몸으로 막아서며 "입 다물라", "부모도 없냐"는 등 격한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신도들의 육탄 방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김 목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82살의 고령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지만, 무죄를 확신했던 신도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습니다. 성락교회 법무팀은 판결 직후 항소를 밝히는 공지에서 "더욱 합심하여 기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KBS가 김기동 목사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 3월. 당시 성락교회의 한 신도가 제보한 동영상이 발단이었습니다. 올해 신년 예배 설교 가운데 일부가 담긴 영상에서 김 목사는 "목사에게 1년 연봉 5억을 주는 것을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치사스럽게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호통을 치고 있었습니다.

연봉 5억 원을 우습게 아는 성직자의 황당한 경제관념을 결코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성락교회 전 사무처장 등 핵심 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취재한 끝에 김 목사가 교회 돈을 어떻게 '굴렸는지', 그 과정과 수법을 상세히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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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①: '목회활동비'로 적금 들기

교회 담임목사는 급여 외에 '목회활동비'를 받습니다. 전도와 선교 등에 사용하라고 지급하는 일종의 '업무추진비'입니다. 예산의 성격상 매달 사용한 금액만큼 정산해서 돌려받는 것이 정상이지만 김기동 목사는 월 5,400만 원을 책정해 10년 치를 한꺼번에 받았습니다.

만기 1~3년 적금 통장에 나눠서 적립한 끝에 손에 넣은 액수는 60억여 원. 성락교회 전 사무처장 A 씨는 "적립을 하는 것은 김 목사 본인의 요청이었고, 다소 이상하기는 했지만, 대표자의 요구니까 그렇게 했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재테크②: 교회에 다시 빌려준 뒤 '사채이자' 적용

김 목사는 이 돈을 그냥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성락교회는 전국 곳곳에 교회 건물을 지으며 은행으로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씩 대출을 받았는데, 때로는 신도들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김기동 목사는 본인의 돈도 교회에 대여했습니다. 재산을 교회에 기부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월 0.6%, 연 7.2%의 고액 이자를 '꼬박꼬박' 챙겼습니다.

요즘 시중은행의 두 배가 넘는 고리에 대해 A 씨는 "전임 사무처장들이 정한 것"이라며, "당초 이자율은 8%대였는데 그나마 낮췄다"고 지적했습니다. "회계책임자로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돌아온 A씨의 대답은 "대표자인데 문제제기를 할 수 있나요?"였습니다. 담임목사가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한국 교회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목입니다.

재테크③: 사례비 수천만 원에 생일축하금까지

김 목사의 수입원은 목회활동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A 씨는 "매달 1,500만 원에서 1,600만 원가량을 사례비로 지급했다"면서 "여러 항목으로 나눠 현금을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김 목사의 생일에는 생일 축하금 명목으로 천만 원을 지급했다는 사실까지 털어놨습니다. 1:1로 기도를 해주는 '안수기도' 사례금도 회당 수백만 원씩 받았고, 개인 카드를 사용한 뒤 교회에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대략 월 1,500만 원 이상이 김 목사의 생활비로 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테크는 은밀하게...신도들에게는 철저한 '보안유지'

신도들도 목사님의 호화생활을 알고 있었을까요? 위 기사에 언급한 대로 김 목사는 평소 신도들에게 "교회로부터 돈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습니다. A 씨는 "교인들은 김 목사가 한 푼도 안 받는다고 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지출내역을 전혀 모르고, 목회비가 월 5,400만 원씩 나가는 것도 전혀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에서 취재진을 온몸으로 막았던 신도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요.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성락교회 법무팀 "원로감독님은 평생을 교회에 헌신"

취재진은 일련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성락교회 법무팀을 만나 입장을 들었습니다. 2시간가량의 해명을 요약하면 "김기동 목사는 받은 돈 이상으로 교회에 헌신했다"는 것이었습니다. "1969년에 개척을 하면서 땅 사기 어렵고 건물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비용을 본인이 부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자율 7.2%는 지나치게 높지 않냐"는 질문에는 "기자님이라면 무담보로 60억 원을 성락교회에 맡길 수 있겠냐"고 오히려 반문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법무팀은 취재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해준 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성락교회 법무팀장인 장영길 목사는 "교회 담임목사의 사역은 광범위하다"면서 "대학교 떨어지면 학비를 대주고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지원해주는 것도 영적인 케어 차원의 업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수법의 재테크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신도들을 위해 썼다는 설명인데, 사실을 확인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교회 예산은 '깜깜이'…제보가 절실

KBS는 성락교회뿐만 아니라 취재대상을 넓혀 다른 국내 대형교회의 회계부정에 대해서도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종교인 과세가 시작된 뒤에도 교회 예산의 상당수 항목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다, 공공기관도 아닌 교회의 회계자료를 입수할 경로가 사실상 막혀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신도들이라도 내부 정보를 취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입니다.

소박한 마음으로 기꺼이 교회와 수입을 나눈 신도들을 배신한 담임목사들, 교단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설파하면서 설교가 끝난 뒤에는 헌금함부터 챙기려는 사이비 목회자들을 언제까지 두고봐야 할까요. 시청자 여러분의 성역 없는 제보를 절실하게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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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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