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실수 될것'..文대통령 '한일관계 새판'까지 열어두고 역공

최은지 기자 2019. 7. 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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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메시지서 "한일경제협력 틀 깼다" 경고..對日 기조 변화 의지
핵심 산업 韓 반도체 겨냥에 강제징용 문제 넘어섰다 판단한 듯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페이스북) 2019.7.10/뉴스1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내놓은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 번째 공개 메시지는 과거사 문제나 무역분쟁 사태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한일관계에 의문을 제시하면서 일본 정부에 대한 강력한 불신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선 이번 사태의 해결 여부와는 별개로 향후 한일협력관계에 근본적인 기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를 천명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상호의존'과 '상호공생'으로 반세기 간 축적해 온 한일 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를 엄중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일본측 주장의 억지를 비판하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국제사회 여론전을 비롯한 '외교적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이번을 기회 삼아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 비율 향상 등 장기적·근본적인 자구책을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보여 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걸음 나아가 일본 정부가 '반세기 한일 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것'으로 이번 사태의 성격을 규정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본이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소재에서 수출제한 조치를 시작한 것은 일본이 자국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통상적인 보호무역 조치와 다르다고 봤다. 우리 경제의 성장을 막겠다는 악의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동시에 오랫동안 신뢰관계로 이뤄진 '한일 제조업 분업체계'를 들면서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은 서로 도우며 함께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며 "특히 제조업 분야는 한국이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겪으면서도 국제분업질서 속에서 부품·소재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전 과정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함께 성장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을 믿고서 무역수지 적자를 감수하고도 막대한 부품·소재를 수입해 왔는데 일본이 이를 무기화하면서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주력 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일본과의 제조업 분업체계에 대한 신뢰를 깨뜨려 우리 기업들은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직접 '경고'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이 이러한 '판을 깨는' 행동에 나섰으니 우리로서도 이제 그에 걸맞게 신뢰를 배제한 냉정하고 근본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단순히 강제징용 판결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반발이 아닌 한일 경제협력 역사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뢰에 금이 가는 행동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의도가 그렇다면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응이 될 수 없는 셈이다.

일본이 당초 과거사 문제를 조치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본심은 한일 경제협력 근간을 뒤흔들어 우리의 성장을 막기 위한 '전방위적 도발'이라는 것이다. 한일 경제협력 관계를 대하는 정부의 철학과 기조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기업과 정치권,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도전들을 이겨내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렀다"며 "저와 정부는 변함없이 국민의 힘을 믿고 엄중한 상황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응 방향을 천명한 대일 메시지가 나온 시점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訪美) 보고가 이뤄진 직후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 차장은 전날(14일)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동맹국인 미국과 부당한 조치에 대해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됐고 백악관 대변인이 '모든 노력을 해 한·미·일 관계를 향상시키겠다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면에 대해선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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