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아들 코피노로 둔갑시켜 필리핀에 유기"..40대 한의사 구속기소

권기정 기자 2019. 7.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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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신장애 아들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에 수년간 유기한 혐의로 40대 한의사가 구속기소됐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16일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한의사 ㄱ씨를 구속기소하고 부인 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ㄱ씨 부부는 2014년 11월부터 4년간 정신장애가 있는 아들 ㄱ군(15)을 필리핀의 아동시설에 유기·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는 2014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활동하는 선교사 ㄷ씨에게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낳은 코피노”라며 아들을 인계하고 아들의 여권을 회수해 귀국한 뒤 연락을 끊었다. ㄱ씨는 ㄷ씨에게 3500만원을 건넸으며 귀국 직후 곧바로 전화번호를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모를 찾지 못하도록 필리핀으로 가기 6개월전 ㄱ군의 이름을 개명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ㄱ군은 3년 6개월간 ㄷ씨의 관리 아래 있었으나 이후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아동시설로 옮겨졌다. 당초 ㄱ군은 경증의 자폐수준의 불과했으나 필리핀의 고아원을 전전하면서 중증의 정신장애로 악화됐고 왼쪽 눈도 실명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ㄱ씨는 2011년 월 60만원을 주고 마산의 한 어린이집에, 2012년에는 800만원을 주고 괴산의 한 사찰에 ㄱ군을 맡겼다가 어린이집 원장과 사찰 주지가 아이의 정신장애를 호소하며 찾아갈 것을 수차례 요구하자 1년만에 되찾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집과 사찰에 맡기면서 ㄱ군의 연령, 부모의 이름, 주소 등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아이를 되찾아 오는 상황이 반복되자 해외에 유기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은 또 다른 한국인 선교사가 지난해 8월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글을 국민신문고에 게시하면서 알려졌다. 2018년 11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의 의뢰로 수사가 시작됐으며 ㄱ군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어린이집과 사찰을 수소문해 부모의 소재가 파악됐다. ㄱ군은 지난해 12월 귀국해 현재는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ㄱ씨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능통자를 만들고자 필리핀에 유학을 보냈다”라며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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