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리 국민들을 분노하게 해"..강경해지는 당·청

정제혁·김윤나영 기자 2019. 7. 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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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압박 수위 높이는 일본에 경고…외교전 병행해 장기화 대비
ㆍ‘청구권협정’ 지키려 신중한 입장이던 정부도 공식 대응 나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에서 세번째)이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김상조 정책실장·정 실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이인영 원내대표·박주민 최고위원.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당·청의 대응이 날로 강경해지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권 대응도 날이 서는 양상이다. 일본의 조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을 넘어 경쟁국인 한국의 성장 동력을 주저앉히고 한·일관계를 재편하려는 큰 그림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강경해진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일본의 ‘제3국 중재위 설치’ 제안에 대한 청와대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제안에 대한 답변 시한(18일)을 이틀 앞둔 16일 “제3국 중재위 제안은 수용불가”라고 못 박았다.

이전까지 정부가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기보다는 답변 시한까지 일본 제안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거부 표시를 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일본 제안에 명시적으로 반대할 경우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의 3조(분쟁 발생 시 한·일 각 1명, 양국이 합의하는 제3국 중재위원 1명으로 구성되는 중재위에 회부)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본이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끌고 가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청와대가 퇴로를 끊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거부 뜻을 분명히 한 것은 그만큼 여권의 강경기류가 강하다는 증거라는 해석도 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일부에서 거론되는 ‘1+1+α’(한국 기업+일본 기업+한국 정부) 보상안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타협이나 양보는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국회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 연석회의’에서도 강경기류가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일본 장관들의 궤변이 우리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국제사회에서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아가라. 싸움은 우리가 한다’면서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민을 믿고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무역보복 조치를 두고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힘들게 쌓아온 한·일 우호 설립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심각하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당·청은 일본 의도를 두고 과거사 문제, 한국 경제 발전 견제, 남북관계 진전과 동북아 질서 전환 과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당·청의 강경 대응 배경은 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국 경제성장을 가로막으려는 의도”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일본 정부가 “전혀 맞지 않는 지적”(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라고 반박하고, 한·일 양국의 수출통제체제 위반 여부에 대해 국제기구에 공동조사를 의뢰하자는 제안을 거부하는 등 도리어 압박 수위를 높이자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전과 병행해 당분간 일본에 강하게 맞서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내부 전열을 정비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당·청은 연석회의 후 브리핑에서 무역 보복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범정부적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기로 했으며, 일본의 추가 조치 등 모든 가능성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정제혁·김윤나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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