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이 혐오시설인가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의 그늘

김영선 기자 2019. 7. 1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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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A군(5)은 최근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주민 B씨가 던진 돌에 팔을 다쳤다.

평소 어린이집에 불만이 많던 B씨는 "시끄럽다"며 아이들을 향해 돌을 던졌다.

이제 막 입학한 탓에 어린이집을 옮기지 못한 A군은 사고 이후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돌에 맞은 얘기를 한다.

서울시가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가정형 어린이집을 세우려는데 아파트 입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진다" "주차 문제가 심해진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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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집값 떨어진다" 이유 아이들에게 돌 던지고 민원 제기
출처=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A군(5)은 최근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주민 B씨가 던진 돌에 팔을 다쳤다. 평소 어린이집에 불만이 많던 B씨는 “시끄럽다”며 아이들을 향해 돌을 던졌다. A군 부모는 B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B씨는 불구속 입건돼 현재 처벌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 막 입학한 탓에 어린이집을 옮기지 못한 A군은 사고 이후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돌에 맞은 얘기를 한다. A군 엄마도 충격을 받아 전문기관에서 상담서비스를 받았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집이 주민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이들 노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제기되는가 하면 어린이집이 들어서는 걸 막는 곳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에는 “어린이집이 시끄럽다고 신고하는 게 상식적이냐”는 주민 C씨의 민원이 제기됐다. 어린이집이 시끄럽다는 또 다른 민원에 대해 송파구가 해당 어린이집에 “특정 시간대에만 외부 활동을 하라”는 주의를 준 게 원인이 됐다. C씨는 “구청은 어린이집에 시정요청을 할 게 아니라 그 분(민원인)께 어린이집의 특성을 잘 설명해주고 중재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집을 확충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한 사례도 있다. 서울시가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가정형 어린이집을 세우려는데 아파트 입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진다” “주차 문제가 심해진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어린이집에 방음벽을 설치하고 어린이집 학부모의 자동차 이용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겨우 마무리됐다. 강남구 주민 D씨도 “앞집이 오래전에 어린이집이었는데 주민 등쌀을 못 이겨 동네 주택가로 이전했다가 여기서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강동구 소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주변에 보면 어린이집이 시끄럽다는 민원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권리를 보장한다. 모래밭에 6세 미만 영유아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 3종 이상이 설치된 옥외놀이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지역 여건 상 옥외놀이터 설치가 어려우면 인근 놀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내놓은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아이들의 ‘놀이권’을 확보해 창의성, 사회성을 계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놀이혁신 선도지역’ 20곳을 선정하고 선도지역에는 문화체육시설 등과 별도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놀이혁신의 예로 복지부가 설명한 ‘반짝 놀이터’는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나 빈 공터 등 주거지 인근 공공장소를 활용해 종이상자나 폐타이어, 깡통, 밧줄 등이 있는 비정형적 놀이터를 정기적으로 설치·운영하는 식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을 세우는 것조차 불만인 상황에서 별도의 놀이공간을 만드는 데 주민의 협조를 구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16일 “어린이집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건 아파트 소음 차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포용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포용국가의 소양”이라며 “극심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온 나라가 노력하는 상황에서 이런 행동은 포용국가 시민으로서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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