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韓유조선 우리가 보호"..호르무즈 파병 가시권
강경화·김현종·이도훈 면담
"구체적 파병요청 없었지만
美 요구 대비해 대응책 마련"
현지 청해부대 투입 가능성
"에너지 공급선 안정적 유지
국가안보에 무엇보다 중요"
정부 관계자는 17일 "미국에서 이전부터 (호르무즈 해협 다국적 함대를 )검토하고 있던 문제라고 우리도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유조선들이 공격받은 직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우리도 충분히 내부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최근 유조선 피습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미 해군이 주도적으로 해상 운송로를 방어할 다국적군을 조직하고 여기에 한국 해군이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 다국적군에 새로 참여하는 것은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 '오쉬노 부대'를 파병한 이후 10년 만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유조선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고 지난 유조선 공격 발생 시 이란도 자기들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면서 "국제 정치나 외교적인 문제를 크게 야기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를 찾아 '호르무즈 해협 호위와 관련해 한국 측 도움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고 "오늘 오후 만남에서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한국 주요 외교안보 고위 인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 필요성을 설명하고 한국 측 참여 또한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스틸웰 차관보가 호르무즈해협 호위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스틸웰 차관보가 일반적인 중동 정세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내에서는 미국의 요청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원유 공급 중 75%가량이 그쪽 해역으로 수송된다"면서 "에너지 공급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에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추가로 부대를 조직하기보다는 현재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력과 인원을 활용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등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를 놓고 한국, 중국, 일본과 주요 유럽국 등을 설득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이 아닌 다국적군으로 국외 파병을 한 것은 모두 미국 측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에 다국적군 소속으로 자이툰 부대 등을 파병하면서 당시 한미 간 현안 논의에서 우리 측 발언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는 얘기가 외교가에서는 정설로 굳어져 있다.
이번에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다는 공식 결정이 내려지면서 한미 간 민감 현안에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한일 갈등과 관련해 미국 워싱턴DC를 다녀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경제적 갈등이 어떤 상황에서도 안보 분야에 영향을 줘서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을 해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15일 전했다.
이미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지지하는 공동성명문을 낸 바 있다.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국 선박들을 해적들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아덴만에 파견된 부대로,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소속이다.
[안두원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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