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짜 신인' 양희준·문유강..무대 위에서 보니 진짜 물건!

남지은 2019. 7. 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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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양희준
무대를 놀이터처럼 춤·노래 맘껏
'천진난만' 배역 연구하며 생기 불어넣어

연극 '어나더 컨트리' 문유강
베테랑에도 밀리지 않는 연기
강직한 캐릭터에 자기만의 색 입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서 무대를 뒤집어놓을 신예로 발돋움한 배우 양희준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을 찾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학로에 물건들이 나타났다.’

요즘 공연계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던 한국 공연계엔 최근 ‘우리 스타 우리가 키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희망의 증거’가 나온 것이다. 바로 양희준(28)과 문유강(23).

양희준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8월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단’으로, 문유강은 연극 <어나더 컨트리>(8월18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토미 저드’로 나온다. <스웨그에이지>는 시조(時調)를 국가 이념으로 삼는 가상의 조선 시대가 배경인 우리 창작극이고, <어나더 컨트리>는 라이선스 작품으로 1930년대 영국 사립 학교를 배경으로 청년들의 꿈과 좌절을 그린 성장기이다.

“퇴근길 지키는 팬들 신기하고 감사
스스로 틀에 가두지 않는 배우가 꿈”

연극 <어나더 컨트리> 주연으로 데뷔해 화제를 모은 배우 문유강을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골똘한 생각에 잠긴 듯한 특유의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묵직한 존재감으로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는 둘은 ‘생짜 신인’이다. 문유강은 이번이 연극 데뷔작이고, 양희준은 연극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 이름값이 티켓 판매로 이어지는 공연계에서 신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것은 모험에 가까운데, 공연을 보고 나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문유강은 베테랑 배우 박은석과 맞붙는 극중 신이 많은데 전혀 밀리지 않고, 중저음의 목소리와 또렷한 발음으로 무대의 중심을 제대로 잡는다.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 양희준은 아예 무대가 놀이터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랩과 힙합 댄스 등이 가미됐는데 리듬을 타는 몸놀림이 범상치 않다. 최근 대학로 무대를 흔들고 있는 두 사람을 각각 만났다. 문유강은 많은 말을 머금은 듯한 눈빛이 매력적이고, 양희준은 가로로 긴 눈에 연기할 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지만
무대를 꾸준하게 누비고 싶어요”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한 장면. 페이지원 제공

두 사람의 공통점은 타고난 무대 디엔에이(DNA). 공연 소감을 묻자 “원래 긴장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런지 무대에서도 떨리지 않는다”(문유강), “주목받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데, 무대에서 노는 건 재미있다”(양희준)는 답이 돌아왔다. 양희준은 고등학교 때 록밴드를 하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유튜브 등으로 댄스 영상을 많이 본 게 도움이 됐나 봐요.”(웃음)

두 사람 모두 신인인데도 기죽지 않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점도 남다르다. 문유강은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공산주의자이자 인간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이야기하는 강직한 저드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만의 색깔을 입혔다. “신념이 분명한 저드는 막힘없이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해 단호해 보이는 화법을 연구하면서 말을 ‘다다다다’ 빨리 내뱉으려고 했다.” 양희준은 천민이라 손가락질 받지만 부조리한 세상에 굴하지 않는, 멋에 살고 폼에 사는 단의 성격에 생기를 불어넣으려고 했다. “눈치 보지 않고 직진하는 무대뽀, 망나니라는 설정에 따르면서도 조금 더 천진난만하게 보이려고 했어요.” 특히 양희준은 “아버지가 외국에 계시면서도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한다며 매일 뉴스를 보내주시고 제 의견을 물으신다”며 그런 공부가 창의력과 풍부한 감정의 원천이 된 것도 같다고 말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한 장면. 피엘엔터테인먼트 제공

꿋꿋한 성격의 배역처럼 둘 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했다. 양희준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한 학기 만에 그만두고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들어갔다. “좀 더 모험적이지만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무대에 서자고 결심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배우를 꿈꿔 중앙대 연기과에 들어간 문유강은 대학 입시엔 불리할 수 있는데도 예고 대신 일반고를 선택했다. “또래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공유하는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른스러워 보이면서도 카메라 앞에서 ‘팔을 어디 둘지 몰라’ 어색해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신인이다. 개막과 동시에 팬덤이 형성된 이들은 “많은 것이 신기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연예인 인기의 척도라는 ‘퇴근길’(팬들이 일을 끝낸 스타들을 줄지어 기다리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다. “나를 기다리는 줄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놀랍고, 뭔가 나를 응원해주는 나의 팀이 생겼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든든해요.”(양희준) “셀카 찍는 걸 어색해하는데, 태어나서 가장 많은 셀카를 찍었어요.(웃음)”(문유강)

퇴근길을 넘어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더 많은 기회도 올 것이고. 하지만 처음부터 많은 기대를 받으며 화려하게 출발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양희준은 “걱정은 되지만 앞으도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철들지 않고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역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했다. 문유강은 일찌감치 다음 작품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출연이 확정된 상태다. “기회가 되면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지만 꾸준히 무대를 누비고 싶다”는 바람은 두 사람뿐 아니라 많은 대학로 팬들의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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