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대표들 "日에 특사 보내라"..文 "보낸다고 되지않아"

안두원,오수현,김효성 2019. 7. 1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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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군사협정 파기 배수진
경제 넘어 안보갈등 '확전'
美중재 암묵적 요청 의미도
文 "2015년 위안부 합의같은
잘못된 합의 되풀이 말아야"
5당 대표 "日에 초당적 대응"

◆ 文대통령·5당 대표 회동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3시간 동안 회동을 마친 뒤 대변인들과 공동발표문 문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청와대가 18일 수면 아래 있던 대일 압박카드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꺼내든 것은 이번 국면에서 우리 정부가 물러설 뜻이 없다는 일종의 배수진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일 갈등이 경제·무역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안보 갈등 국면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이 안보 분야로 확대되면 미국이 그동안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체제는 물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시아에서 공들여 마련한 한·미·일 안보 협력 구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실제로 파기한다면 무역갈등이 안보 공조까지 무너뜨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연결되는 셈이다. 앞서 미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도 이런 파급력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배수진을 친 상대는 일본이지만 미국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이번 파기 카드는 미국의 중재에 대한 암묵적 요청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를 교환할 때 미국을 경유하던 체제를 변경해 양국이 직접 민감한 군사정보를 주고받기 위한 제반 절차 등을 규정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으로 대립하더라도 북핵 등 안보 문제에서는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협정 체결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 탓에 이 협정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안보 및 정세를 유지 관리하는 핵심 고리인 한·미·일 안보 체제를 상징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만으로도 우리 정부가 일본, 더 나아가서 미국을 향해 강한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이 협정은 한일 경제·무역 갈등에서 한발 떨어져 있었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자동 연장된다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커다란 문제가 없고, 저희 입장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 사안은 좀 지켜보자"면서 "(연장되는 시기는) 8월 중순쯤에 저희가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외교부 당국자가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측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소개한 뒤에 나온 우리 정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회동에서 이러한 정부의 수세적 입장은 상당히 강경하게 바뀐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장이 강경해진 배경에는 일본이 추가 보복 조치인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있다는 관측이다. 정의용 실장은 이날 "7월 31일 또는 8월 1일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발표를 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전했다. 정 대표는 "지금 일본은 수출 절차와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한국은 유효기간 3년에 포괄허가를 받던 방식이 아닌 850개가 넘는 품목에서 유효기간 6개월짜리 개별 허가를 받는 국가가 된다"고 했다. 이 협정의 효력은 1년 단위로,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파기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종료된다. 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는 기한은 다음달 24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재검토'에 대한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재검토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면서도 "야당 대표(심상정·정동영)들의 질문에 대해서 완전히 자르기보단 여지를 준 정도다. 현재로서는 (파기로) 바꾸려는 데 방점을 찍진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날 일본의 보복조치 대응과 관련해 여야 대표들은 일본과 정상회담 등 고위급 접촉을 하거나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일본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 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초당적 협력 및 범국가 차원 비상협력기구 설치에 합의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양국이 체결한) 위안부 합의와 같이 잘못된 합의를 하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잘못된 합의의 전제는 2가지인데 피해자들의 수용 여부와 국민적 동의 여부"라며 "그런 것이 전제되지 않은 외교적 협상의 결과는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강조했다고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 <용어 설명>

▷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첫 군사협정으로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11월 체결됐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한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원칙을 담은 것으로, 한일 간 대북 대응이 외교적 차원을 넘어 군사적 차원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안두원 기자 / 오수현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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