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는 돌로 만든 그물로 멸치를 잡는다
주민 똘똘 뭉쳐 원담에서 멸치잡이
마을 전통 이은 마을 축제 대성황
행복마을 ② 제주시 금능리 마을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여전히 낯설다. 그럼, 협재해수욕장 아래 해수욕장 마을이라고 하면 아실까. 아랫마을은 국내 유일의 야생 선인장 군락을 거느린 월령리인데. 마을을 구석구석 누비는 골목길은 제주올레 14코스를 이루고, 앞서 적었듯이 바로 눈앞에 비양도가 누워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름만 몰랐지 금능리를 알고 있었다.
금능리는 제법 큰 마을이다. 527가구 1162명이 산다. 밭에서는 감귤·마늘·브로콜리 등을 키우고, 앞바다에서 멸치·고동·자리돔 따위를 잡아 온다. 한치도 많이 난다. 마침 요즘이 제철이다. 한치가 올라오는 저녁 시간이면 비양도 주위로 불 밝힌 한치잡이 배들이 밤하늘 별처럼 반짝인다. 금능리 바다는 해가 진 뒤에도 아름답다.
“멜 들었쪄! 멜 들었쪄!”
다급한 외침과 함께 금능리는 깨어났다. 너 나 할 것 없이 바다로 달려나갔다. 학교 가는 아이들도 걸음을 돌려 바다로 나갔다. 주민들은 허겁지겁 ‘선전터(선진터)’라 부르던 백사장으로 모여들었다. 마을 사람이 힘을 합해 길이 200m의 초대형 그물을 양쪽에서 잡아당겨 멜을 길어 올렸는데, 이 고기잡이법을 ‘선전(선진)’이라 했다. 선전을 하는 곳이니 선전터였다.
원담이 마을 공동 소유이므로 원담을 쌓거나 보수하는 작업도 마을이 함께했다. 물론 원담에서 잡은 멜도 마을이 골고루 나눴다. 올해로 64년째 허구한 날 원담을 돌보는 이방익(88)옹의 정성 덕분인지, 금능리 원담은 제주도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전된 원담으로 통한다. 마을은 전통을 지키고자 2008년 금능원담축제를 열었다.
“금능리는 제주도 어느 마을보다 협력이 잘 됩니다.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이 없습니다. 축제도 함께 준비하고, 마을 도서관도 같이 운영합니다. 도서관에 주민이 모여 그림도 그리고 글씨를 쓰고 시도 배웁니다. 그렇게 문패를 만들어 집마다 내겁니다.”
2016년 이주한 한명희(45)씨의 펜션 ‘제주마중’에서 원주민 김성수(48) 이장이 감귤 농사짓는 원주민 송문철(58) 부위원장과 함께 밤늦도록 마을 자랑을 늘어놨다. 시간이 흐를수록 펜션인지 마을회관인지, 누가 원주민이고 이주민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한치 배 불빛이 평화로웠다.
■ 여행정보
「 8월 3∼4일 제12회 금능원담축제가 열린다. 3일은 선진터 그물로 고기 잡기 체험 행사가, 4일은 원담 고기 잡기 체험 행사가 열린다. 원담 체험만 참가비가 있다.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 마을 어선이 잡은 잿방어 약 1000마리를 원담 안에 부려 놓는다. 마을 회관 건너편에 석공예 명장 고(故) 장공익(1931∼2018) 선생의 평생 작업을 모아놓은 ‘금능석물원’이 있다. 주차비 2000원.
」
제주=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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