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병 쓰러진 영암 70대, 30분 걸리는 나주 응급실 가던중 숨져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응급실을 뒀던 영암병원은 월 6000만 원 수준까지 적자가 커지자 더 버티지 못했다. 응급실 필수 인력인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9명의 인건비는 월 8000만 원이 넘었지만 외래 환자로 벌어들인 수입은 월평균 2000만 원에 그쳤다. 영암병원 김경 원무과장은 “하루 외래 환자가 10∼20명까지 떨어지면서 연간 국고지원금 1억5000만 원으로는 도저히 적자를 메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증상에 따라 군(郡) 보건소로 갈지, 가까운 타지 병원 응급실로 갈지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보건소에서 간단한 상처 봉합이나 처방을 받을 수 있지만 더 위급하면 거주지에 따라 목포시, 나주시, 강진군의 응급실 중 한 곳을 간다. 이날 영암병원에서 만난 김화자 씨(61·여)는 “남편이 논에서 일하다 쓰러진 적이 있는데 나주까지 가서 응급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 주민 생사 가르는 농어촌 응급실
고령자가 많고 농기계 및 농약 사고가 잦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가까이에 응급실이 있는지 없는지가 환자의 생사를 좌우한다. 올 5월 전남 진도한국병원에 농약을 마신 70세 여성이 실려 왔다. 응급실에서 재빨리 위를 세척한 뒤 목포시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머리를 다친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뇌출혈이 발견돼 큰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농어촌 응급실 운영 중단은 도미노처럼 번질 확률이 높다. 전남 구례병원 양남송 기획실장은 “최근 응급실 담당의사가 그만둬 의사 한 명으로 버티고 있다”며 “군청에서도 뾰족한 지원책이 없어 장기적으로는 응급실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새하동병원은 올 1월 경영난으로 병원 운영까지 중단했다가 5월부터 응급실을 운영 중이다. 경남에는 아직 닥터헬기(응급의료 전문 헬기)도 도입되지 않아 응급 상황 대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 간호사 못 구해 응급실 포기
병원이 적자를 감수하고 응급실을 가동하려 해도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다. 농어촌 응급실에선 의사보다 간호사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으로 간호사를 충분히 확보한 병원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서 대형 병원들은 경쟁적으로 간호 인력을 늘려왔다. 지방 근무를 꺼리는 세태와 맞물리면서 지방 병원의 간호사 구인난은 심화되고 있다. 전남 나주시 영산포제일병원은 응급실 간호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응급구조사를 채용했다가 적발돼 지난달 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농어촌의 ‘응급실 폐쇄 도미노’를 막으려면 응급의료기관 평가 기준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올 1월 응급실 운영을 포기한 전남 고흥윤호21병원 이윤호 원장(지역병원협의회 공동회장)은 “응급의료 취약지역에 한해 간호사 5명을 둬야 하는 현재 응급실 인력 기준을 응급구조사 2, 3명 포함으로 완화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범 순천향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경증 환자의 대형 병원 응급실 이용 제한을 제도화해야 대형 병원과 지방 병원의 응급의료 인력 양극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암·나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경원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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