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혈세 들여 최상의 자연하천을 최악의 인공하천 만들다니.."

정재락 기자 2019. 7.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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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를 쏟아부어 최상의 자연하천을 최악의 인공하천으로 만들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김장용 이현숙 한상진)은 최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15일 찾은 대운천의 모습은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지적한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상류에서 흘러내린 물의 유속을 감소시켜 하류의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계곡 중간의 자연석을 축대 쌓는 데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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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최근 울산 수목원과 대운천 정비사업을 하면서 훼손되고 있는 대운천에서 환경훼손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제공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 최상의 자연하천을 최악의 인공하천으로 만들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김장용 이현숙 한상진)은 최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울산시가 시행하는 울산수목원 조성사업과 울주군이 홍수 예방을 위해 시행하는 정비사업으로 대운천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운산 내원암 계곡으로 불리는 대운천은 울산 12경 가운데 유일한 계곡이다. 물이 맑고 계곡 주변에는 자연석이 즐비해 울산 12경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15일 찾은 대운천의 모습은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지적한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대운산 공영주차장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삼거리의 오른쪽은 내원암, 왼쪽은 대운산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계곡 입구에서는 인부들이 일반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계곡 옆 도로는 전날 비가 내린 데다 대형 공사차량 통행 등으로 인해 걷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갈림길에서 약 300m를 올라가니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 계곡에 바짝 붙어 건립되고 있었다. 울산수목원의 핵심 시설인 산림교육문화센터였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진 건물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울산수목원은 255억 원을 들여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일대에 20ha 규모로 조성된다. 당초 이달 완공 예정이었지만 토지보상 절차가 늦어져 내년 상반기에나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수목원에는 억새원, 유실수원, 화목원, 비비추·원추리원, 희귀식물원, 산나물 재배원, 야생화꽃길, 자생식물원, 동백원, 녹화관찰원 등이 조성된다. 출렁다리와 전시온실, 바닥분수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진흙탕 길을 따라 1km 정도 더 올라가니 계곡 양쪽에는 돌로 축대를 쌓고 사이사이를 시멘트로 고정시켜 놓았다. 울주군이 98억 원을 들여 대운천에서 남창천까지 7km 구간에 걸쳐 시행하고 있는 ‘대운천 정비사업’의 일환이었다. 울주군은 “비가 많이 오면 유속이 빨라지기 때문에 축대 유실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멘트 공법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상류에서 흘러내린 물의 유속을 감소시켜 하류의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계곡 중간의 자연석을 축대 쌓는 데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울산수목원과 대운천 정비사업 구간을 지나 상류로 약 500m를 더 올라가니 대운천 본래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공사 구간의 흙탕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계곡 곳곳에는 큰 바윗돌이 자연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홍수 때 상류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유속을 떨어뜨려 하류의 피해를 줄이는 바윗돌이 대운산의 비경과 함께 운치를 더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수목원과 대운천 정비사업을 하면서 대운산의 울창한 산림과 맑고 고요한 계곡을 저잣거리처럼 만들고 있다. 처참하게 파괴된 대운천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개탄했다.

부산에서 가족들과 온 한 피서객은 “가족들과 놀기 좋았던 맑은 대운산 계곡이 이렇게 변했을 줄은 몰랐다. 많은 예산을 들여 왜 이런 공사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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